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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혼자 맞이하는 아침은 의외로 분주하다. 일단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고, 샤워를 하고 난 뒤 머리카락의 물기를 대충 말리면서 전기포트에 물을 끓인다. 드리퍼 위에 여과지를 잘 접어 올리고 거기 커피를 두 스푼. 주둥이가 긴 스테인레스 주전자로 원을 그리며 거품과 함께 올라오는 커피 향을 즐길 겨를도 없이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능숙(?)하게 토스트를 굽는다. 바질페스토와 치즈, 햄이 정석이지만 가끔은 홀그레인 머스타드를 바질 대신.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고 화장만 겨우 마친 채 늘 나서는 시간에 집을 나간다. 직장에 도착하는 시간도 얼추 비슷하다. 차에 시동을 걸고, 듣고싶은 음악을 하나 켠 뒤 출발하곤 하는데 행여나 옆 차를 긁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악셀을 조심스럽게 ..
"Welcome to my world," "Welcome to my heart." 7년 전쯤, 이제 제목은 기억 안나지만 어떤 수필에서 읽었던 문장이다. 어딘가의 자선활동가였던 것으로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의 대사였던 것 같다. 어째서인지 그 두 문장만 강렬하게 내 가슴 속에 남아있는데, 다른 하나의 영어 문구는 나를 항상 비참하게 만든다. I'm sick of being considered as disposable. 아마 그 때는 번역되기 전이었던것 같은데, 크리스틴 한나의 '나이팅게일'을 읽다가 저 문장만 또 기억에 남았다. 버림받은 비참한 기분일 때 내 심장을 더 후벼 파는 문장이다. 잊으면 좋겠는데 쉬이 잊혀지지 않는건 저 짧은 단어들이 엮여서 나를 옥죄고 있는 것일지도 ..
가끔 차를 달려서 해수욕장에 혼자 찾아가곤 했다. 같이 갈 사람도 없었거니와, 아직 옆에 누군가를 태우고 도로 위에 올라갈 만큼 나는 무모하지 못했다. 운전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접촉사고도 있었고, 그럴 뻔한 순간도 여러번이라 내가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차로 30여분 쯤, 느긋하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익숙한 바닷가에 닿게 되어 있었다. 중간에 커피를 하나 사거나, 도착해서 사거나 하여 모래사장 위에 발을 올리면 푹푹 빠지는 감촉이 즐거웠다. 이런 시간에 바닷가에 온 사람들 중 혼자는 나 하나 뿐인 것 같았다. 아마도 그럴 터였다. 흐리긴 해도 광활한 바다와 수평선을 혼자 보는 것 만큼 세상 혼자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방법은 없었을 터였으므로. 평소에는 왼쪽에만 이어폰을 꽂고 돌아다녔지만 커피를..
설 명절은 반쪽만 혼자였다. 시끌벅적한 가족들이 비어버린 자리는 온전히 나 혼자 채워야 하는 몫이었고, 나는 이 도시에 이사오고 나서 익숙한 듯 그래왔던 것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잘 견디는 중이었다. 육전을 해 본게 처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건, 어설프게 계란물을 입히고 프라이팬을 파멸로 이끌고 난 뒤의 전리품으로 고기를 몇 점 먹고 난 뒤의 일이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로 봐서는 그렇게 유쾌한 시간은 아니었던게 분명했다. ...아니면 슬픈 순간이 아니었을지도. 쇼팽의 곡, 이별의 왈츠는 설 명절 내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우연히 TV에서 들은 곡이, 그래도 연습하면 칠 수준은 되었기에 시작했던 것인데 이렇게 되어버릴 줄은. 이별, 그리고 왈츠. 19세기 영국 사교계에 왈츠가 처음 소개되었을..
아무래도 취미생활이 하나 이상은 있어야 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피아노와 게임이었고, 공교롭게도 여기 와서도 그 두 취미는 여전히 향유하는 것이었다. 집중력의 고저가 존재했고 하나가 질리기도 했고 몹시 흥미로워지기도 했지만 꾸준히 하는 취미가 있다는건 썩 나쁜 일은 아니었다. 디지털피아노를 산 일은 통장에 출혈을 일으켰지만 정서적으로는 커다란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덕분에, 완성하지 못했던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연주도 꽤 들어 줄 만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었고 새로운 곡을 시작할 수도 있게 되었다. 건반 위를 움직일 때 다른 생각이 들어오면 분명 틀리는 부분이 생겼다. 그런 부분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하면 끝까지 가지 못하고 다시 처음으로. 어째서인지 몇 곡 연습하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생겼던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