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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5 본문
"Welcome to my world,"
"Welcome to my heart."
7년 전쯤, 이제 제목은 기억 안나지만 어떤 수필에서 읽었던 문장이다. 어딘가의 자선활동가였던 것으로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의 대사였던 것 같다. 어째서인지 그 두 문장만 강렬하게 내 가슴 속에 남아있는데, 다른 하나의 영어 문구는 나를 항상 비참하게 만든다.
I'm sick of being considered as disposable.
아마 그 때는 번역되기 전이었던것 같은데, 크리스틴 한나의 '나이팅게일'을 읽다가 저 문장만 또 기억에 남았다. 버림받은 비참한 기분일 때 내 심장을 더 후벼 파는 문장이다. 잊으면 좋겠는데 쉬이 잊혀지지 않는건 저 짧은 단어들이 엮여서 나를 옥죄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The letter, light as it was, seemed as heavy as a piece of wood. His last letter. There was already one with those doleful words scratched upon it. Now I would have two.
마가렛 조지의 '엘리자베스 1세' 중에서. 이건 아마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책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여왕이 편지를 들고 한 표현이 상황과 함께 내게 남아버린 경우다. 사랑했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서 받은 마지막 편지. 그걸 든 그녀의 기분이 어땠을까.
책 속의 문장 하나가 강렬하게 남아버리기도, 아니면 그 인물의 상황과 감정이 내게 남아버리기도 한다. 마치 소설 속 그 인물이 된 것처럼 몰입해서--대부분은 아련함과 슬픔, 이별의 아쉬움 같은 것들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나는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으면 펑펑 울었다(안 읽은지 좀 된 지금도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다). 공감은 좋은 능력이지만 그게 슬픔이나 괴로움이 되어 내 안에 남아버려서야, 으레 '밝고 활기찬' 삶을 사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문장이 주는 힘은 분명하다. 사람의 감정을 문장 하나로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 당시의 감정, 그가 처한 상황,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시련, 그리고 언젠가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갈 행복이란 몽글몽글한 기쁨.
If you don’t know where you are going, any road will get you there.
루이스 캐롤의 명문장. 내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둔 명함의 뒷면에도 이 문구가 새겨져 있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도 그냥 걸음을 내딛으면 그게 내 길이 되는거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은 있겠지만 내가 길을 선택하는 순간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내가 지는 것이므로(그런다고 누굴 손에 넣어 보이겠다고 미친짓을 했던 지난 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쫓겨나듯 서울을 떠나 이 작은 동네에 왔어도, 외적인 여유가 생겼어도 마음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으면 또 무너지는 날이 올거다. 그 때는 더 이상 어린 나이도 아니니, 괜찮은 체 문드러진 속을 끌어안고 살아야 할테니까. 가능하면 그럴 일이 없도록, 그런 일이 있더라도 잘 버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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