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모동숲
-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
- 베르메르
-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 청소연구소
- 서평
- Alphonse Mucha
- 마스터오브이터니티
-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
- 게임
- 모여봐요 동물의숲
- Joseph Ducreux
- 티스토리챌린지
- 크루세이더킹즈
- 조셉 뒤크레
- 동물의숲
- 독후감
- 투포인트호스피탈
- Be
- 신비한동물사전
- 오블완
- 루이스 사폰
-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 사진
- 프랑스 화가
- 씨름의 희열
- William Turner
- 크루세이더 킹즈3
- 심즈4
- 영화
- Today
- Total
목록Chat/Daily writes (176)
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꽃이 피었다가, 스러진다. 목련은 어떠했던가. 희고 보랏빛 꽃이 주변을 두툼하게 뒤덮더니 사나흘을 견디지 못하고 낙하해버렸다. 그 이전에는 매화였다. 흰 꽃에서 나는 매혹적인 향기가, 그야말로 화기에 홀려 뒤쫓아가게 만드는 자태였다. 그 꽃이 지고 나니 이번에는 벚꽃이었다. 이제는 매화와 벚꽃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향이 매력적이고 나뭇가지에 잔뜩 붙어서 피는 꽃이 매화이며, 벚꽃은 꽃대가 가지에서 따로 나와 바람이 불면 삽시간에 흩어져버린다. 그나마 막 피기 시작한 벚꽃은 제 짧은 시간이 안타깝기는 한 모양인지 제법 거센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제 꽃잎을 허무하게 흩어버리는 짓 따위는 하질 않았다. 봄 내내 꽃을 찍으러 다닐 것이라 막연이 생각했지만 현실은 상상이나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었..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지는 날이 있다. 몸 상태가 그런 적이 있고, 정신이 온통 다른데 쏠려서 흔들릴 때도 있고 양 쪽 다 힘들 때도 있다. 혼자라는건, 그 모든 상태를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가 있다 한들, 덜어지는 것도 아니긴 했다. 혼자 산다고 말하고 나선 다들 식물이나 동물 들여놓기를 아무렇지 않게 추천했는데, 그 때마다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내 집에 생명체는 나 하나로 충분하다고.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제라늄 화분을 베란다에 두고 키웠지만 글쎄, 여기는 그럴 공간이 있어도 내가 더이상 뭘 기르고 싶질 않았다. 어항도 마찬가지였다. 이따금 집을 며칠씩 비우거나 들어오더라도 집 관리를 하루 이틀은 아예 안하고 싶은 날이 있는데 돌봐야 하는 생명체가 있다면 아무..
운전대를 잡고 있다가 문득, '내가 왜 운전을 지금 하고 있지?'란 생각이 들었다. 서른살이 되고 나서도 나는 내가 서울에서 벗어나지 않을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니 자동차와는 인연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 주제에 이십대 초반에 면허는 따 둠). 휴일인 날, 처리할 일이 있어 잠깐 사무실에 가기 위해 차를 끌고 나왔을 때 든 생각이었을 터다. 텅 빈 도로를 달리고 있으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만큼 운전을 무서워했고 여전히 무서워하는데, 내가 운전을 하고 있다니 자신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여전히 악셀을 밟기 어려워하고, 조수석에 사람을 태워본 것은 딱 한 번 뿐이었다. 그마저도 엄청 긴장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나는 긴장할 때 오히려 웃는 미친 성향의 소유자인게 틀림..
글을 쓰려고 일부러 단어를 끄집어 내는 것보다는, 그냥 그 순간의 기분이나 내 눈에 비치는 색깔들이 다채로울 때 시작하는 편이 좋았다. 본가에 다녀오는 길, 해질녘 노을이 바다에 살짝 물들었을 때 보였던 팬톤의 컬러 세레니티--라던가. 퇴근길 둥근 달을 쳐다보면 보였던 달토끼라던가. 다른 사람에게 애써 설득하려 하지 않아도, 내 눈에 비치는 풍경이 보기 좋으면 그걸로 족했다. 아무래도 솜씨가 모자라니, 그걸 어딘가 그림이나 사진으로 옮겨둘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래서 그림을 다시 배우려고 하는 중인데, 어릴 때 미술 선생이 포기한 괴멸적인 실력의 소유자라 첫 걸음 떼기부터 쉽지가 않다. 예전에도 그림을 배우고 싶어 아이패드를 샀었고, 기계는 여전히 멀쩡한데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란 생각만 가진 채..
처음부터 피아노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내내 피아노는 내 방과 후 활동이었고, 강제된 일이었기에 좋아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강요하거나 요청해서 하는 것보다는, 내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들이 아무래도 더 즐거웠으므로. 그렇기에 피아노를 좋아하게 된 건, 누구도 내게 피아노를 치라고 강요하지 않던 시점부터였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이후로는, 일주일에 한 번은 퇴근 후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테크닉을 배우고, 새로운 곡들을 치면서 피아노는 서른 이후 나의 확고한 취미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퍽이나 다행이었다. 만약 이것마저 없었다면, 내 남은 저녁시간은 대체 무엇으로 채워나갔을지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심지어 그토록 하고싶어 하던 게임을 할 시간이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이따금 닌텐도 스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