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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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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4

alicekim245 2021. 3. 8. 18:00

가끔 차를 달려서 해수욕장에 혼자 찾아가곤 했다. 같이 갈 사람도 없었거니와, 아직 옆에 누군가를 태우고 도로 위에 올라갈 만큼 나는 무모하지 못했다. 운전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접촉사고도 있었고, 그럴 뻔한 순간도 여러번이라 내가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차로 30여분 쯤, 느긋하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익숙한 바닷가에 닿게 되어 있었다. 중간에 커피를 하나 사거나, 도착해서 사거나 하여 모래사장 위에 발을 올리면 푹푹 빠지는 감촉이 즐거웠다. 이런 시간에 바닷가에 온 사람들 중 혼자는 나 하나 뿐인 것 같았다. 아마도 그럴 터였다. 흐리긴 해도 광활한 바다와 수평선을 혼자 보는 것 만큼 세상 혼자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방법은 없었을 터였으므로. 평소에는 왼쪽에만 이어폰을 꽂고 돌아다녔지만 커피를 한 손에 쥐고 자리잡고 앉은 뒤에는 양 쪽 귀를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익숙한 옛 노래부터, 새로 나온 곡까지 다채롭게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두었지만 역시 예전의 노래들, 이를테면 누군가와 같이 들었다던가--이건 너무 옛날이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들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글을 쓸 만한 감정이 한 줄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여 바닷가에 간 것도 있는데 결국 그럴싸한 문장은 건질 수 없었다. 마음먹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별 뜻 없이 찾아가야 아마 한 줄 겨우 내어줄 것 같은 그런 하늘과 바다였다. 어쩌다 나는 이렇게 혼자 다니는게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된 걸까.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혼자 바다에 찾아온 날은 대부분 반짝이지 않았다.

출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일부러 더 화려한 옷을 입고, 머리를 매만졌다. 누굴 만날 예정도 없고, 시내를 돌아다녀 봐도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좀처럼 없었으므로 헛수고나 다름아니었지만 그래도 혼자 기분좋게 돌아다니려면, 단장하는 것이 제격이었다. 머리를 매만지는 건 아무리 해도 솜씨가 늘질 않았다. 머리카락 길이가 길면 그것대로 귀찮았고, 짧으면 짧은 대로 아침에 성가셨다. 귀고리는 치렁이는 것에서부터 귓불에 딱 달라붙는 작은 크기의 것까지 다채롭게 가지고 있었는데, 견물생심이라 반짝이는 것을 보면 손에 넣고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도시로 오면서 급격히 줄어든 내 수입이 열심히 브레이크를 거는 중이었다. 아마 그렇지 않았더라면 택배상자가 매일 집 앞에 쌓여있었을 터다.

작은 동네라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얼굴이나마 아는 사람을 마주칠 것도 같았는데, 누구의 말마따나 여기 현지 주민들은 딴 도시에 가서 놀다 온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온전한 외지인인 나는 외로움을 더 느끼고 있었다. 그닥 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면야 커피 한 잔 사줄 정도의 여유는 가지고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혹은, 누군가를 마주치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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