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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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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6

alicekim245 2021. 3. 22. 18:00

혼자 맞이하는 아침은 의외로 분주하다. 일단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고, 샤워를 하고 난 뒤 머리카락의 물기를 대충 말리면서 전기포트에 물을 끓인다. 드리퍼 위에 여과지를 잘 접어 올리고 거기 커피를 두 스푼. 주둥이가 긴 스테인레스 주전자로 원을 그리며 거품과 함께 올라오는 커피 향을 즐길 겨를도 없이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능숙(?)하게 토스트를 굽는다. 바질페스토와 치즈, 햄이 정석이지만 가끔은 홀그레인 머스타드를 바질 대신.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고 화장만 겨우 마친 채 늘 나서는 시간에 집을 나간다. 직장에 도착하는 시간도 얼추 비슷하다. 차에 시동을 걸고, 듣고싶은 음악을 하나 켠 뒤 출발하곤 하는데 행여나 옆 차를 긁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악셀을 조심스럽게 밟는다. 사고를 낸 지 한 달이 겨우 지나가는 시점이라 여전히 조심스럽다. 차도 그런데, 하물며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심정은 헤아리고 싶지도 않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나는 그나마 하이볼로 즐기던 위스키의 양도 확 줄였다.

그래도 둥근 얼음은 내가 늘 냉동고에 상비해 두는 물건 중 하나였다. 위스키도 마찬가지였지만, 종류가 변하고 있었다. 조니워커 블랙라벨에서, 레드라벨, 지금은 산토리 위스키로. 탄산수도 끊기지 않게 준비해두는 것이 좋았지만 주구장창 그것만 마시다 보면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잠시 휴식 상태였다. 온더락으로 즐기는 위스키에는 초콜릿을 안주로 곁들이는게 좋았고, 향이 가미되지 않은 탄산수를 적당히 섞은 하이볼은 그것대로 꽤 맛있는 술이 되었다.

그런다고 술쟁이는 아니야. 그저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이 밤을 지새우는 조금 다른 방법일 뿐. 피아노도, 책도, 텔레비전도, 손만 뻗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여유가 지금은 있었고 당연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뭘 했는지 굳이 되새기지 않아도 될 만큼. 그러니 질투하거나 시샘하는 사람의 생각까지야, 내가 헤아릴 필요가 전혀 없지 않던가. 각자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행복하려고 노력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 본인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누가 괴롭히고 시련을 준다 하더라도 거기 메여버리면 스스로도 얼마든지 불행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하기엔, 너무 아쉬웠다.

행복해지려고 사는거니까.
즐겁게 웃고, 떠들고, 행복한 감정을 만끽하며 살기에도 시간은 모자랐다. 오래 전 죽음을 스스로 택했더라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쓴다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흘러간 옛 짝사랑들을 되새기는 감성적인 시간 조차 손에 넣지 못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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