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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9년째 쓰고 있는 알람소리에 눈을 뜨는 것도 이제는 퍽이나 익숙해졌다. 파블로프의 개, 종소리와 함께 밥을 주는데 익숙해져서 종소리만 들리면 밥을 떠올린다는...그게 생각나서 썩 유쾌한 아침은 아니었다.하숙집의 아침은 다양한 소리의 향연이다. 내 경우에는, 주로 아침잠이 몹시 많은 옆방 아가씨의 진동 소리다. 한 시간쯤, 오 분 간격으로 울리는 걸로 봐서는 자신의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 소리에 신경질을 내며 일어나기를 몇 달째, 꽤 시간이 흘렀고 나는 곧 이 하숙집을 떠난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아침의 불유쾌한 진동(소음)이 이제 익숙해졌다는 말은 아니다.부스스 일어나서 대강 팔을 켜면 아직 어둑한 바깥이 보인다. 좁은 방, 욕실과 ..
입추가 지나고 말복까지 지난 뒤끝에서야, 더위의 맹렬한 기세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탓인가, 부쩍 추워진 것 같기도 했다. 짧은 옷의 사람들이 가디건이나 긴 옷을 하나 둘 걸치기 시작한 것을 보면 훌쩍 가을이 다가온 것만 같았다.커피가 입에 맞지 않아 결국 다 마시지 못한 채, 초콜릿 과자를 한 입 베어물었다. 그 순간, 신 것을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름에는 도통 입맛이 없었고, 입도 짧아져 자연스레 체중이 줄어들곤 했다. 그래도 신 것이나 짜고 매운 것만큼은 가리지 않고 먹고는 했는데, 아마도 업무 스트레스며 길었던 더위 탓이었을 것이다.어릴 때야 시간 나면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있었지만 나이가 들고는, 게임이며 책이며 도통 가까워지는 것이 없어 못내 아쉬웠다. 종이 신문이..
당신의 눈동자 색깔이 기억나지 않아요. 햇살 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마주앉아 함께 커피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 눈동자에 눈길이 미치면 멍하니 들여다 보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던 것 같네요.밤새 글을 쓰고 작업실을 나서던 당신은 오른손 중지와 소지에 새까만 잉크를 묻힌 채 나오곤 했어요. 잉크가 조금 새는 것 같다면서도 같은 노트와 똑같은 만년필을 고집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러신가요?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좋을 때도 항상 웃고 있어서 당신의 기분을 제대로 알아채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던 것 같아요.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는 무표정으로 일관해서, 어쩌다가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버려서 통화할 때 목소리가 갈라지곤 했죠.겨울이 오면 피부에 닿는 것 조차 싫어질 정도로 차가..
"시간이 되었는데, 왜 안오시지?"창문을 열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낯익은 걸음을 기다리는 가슴은 자꾸만 두근거렸다. 우연히 눈에 띄어 그의 그림모델이 된지 한 달여. 스케치는 끝났고 색채를 입히는 과정이었는데, 그가 오는 매주 수요일 오후 두 시마다 늘 이렇게 그가 오기를 기다리며 초조하게 발을 동동거리는 것이 습관이 된 모양이었다. 두근거리는 기다림. 그가 늦어질 수록 초조함이 더해갔지만 아직 그림은 끝나지 않았기에, 오리라는 확신도 있었다.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현관에서의 부산스러움이 내 귀에도 들려왔다. 일층의 응접실에 그가 화구를 짊어지고 오는데는 오 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 흐르지 않는 듯 느껴지던지. 그가 문을 열고 조심스레 안에 들어서자 내 얼굴에는, 자연스럽..
비단 바른 창 맞은편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위로해 줄 수 없었다. 산산히 부서져버린 마음을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저 건너편의 벽에 기대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지켜주는 것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당신을 마음에 품은 저를."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 말하며 난간 위에 가볍게 뛰어오르는 그녀를 보고 순간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다행이도 1층과 2층 사이에 만들어진 방의 발코니, 테라스였기에 뛰어내려도 다치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난간 위에 올라선 그녀가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는 것이 내게는 마냥 위태롭게 보였다. 언제든지 저 아래로 떨어져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 말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