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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브런치에 써 두었던 아카이브 이펙트 글들 엮어서: 더보기 #1 손을 조금만 더 뻗으면 붙잡을 수 있었는데. 마지막 날, 평소처럼 뒤돌아서서 걸어가던 너를 잡았더라면. "으악-!" 성윤은 침실 바깥에 들릴 정도로 크게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칠 년 전, 갑자기 그의 곁에서 사라진 어떤 후배가 나오는 꿈이 새벽의 그를 짓눌렀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어디가 현실이었는지, 꿈이었는지 분간도 잘 되질 않았다. 그녀의 하르르 웃는 목소리도, 미소짓는 얼굴도 점차로 희미해지는 것이 야속할 지경이었다. 제 비명에 놀라 눈을 뜬 성윤은 베갯잇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을 느끼고 손가락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새하얀 소금기가 묻어나왔다. 또 꿈을 보면서 오열한 것 같았다. 꿈에서 그가 울면 현실세계의 그도 눈물을 쏟아..
“오랜만이예요, 선배님.” 처음 말문을 연 것은 유영 쪽이었다. 그리고 칠 년 전, 그가 기억하던 마지막 얼굴처럼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성윤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심정인지 체감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유영의 손목을 휙 낚아챘다. 화를 내야 하는데, 왜 이제야 나타났냐며 소리라도 질러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대로 그녀를 끌어당겨 품 안에 가두었다. “유영아.” “네.” “지금 널 놔주면, 그 날처럼 또 사라질거니?” “아뇨, 이제는 달아날 이유가 없어서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어쩐지 과거보다 차가워진 듯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성윤은 품 안에 안겨있는 유영이 현실이라는 것을 믿기로 하고 살짝 풀어주었다. 그녀가 성윤의 눈을 잠시 올려보았다. 그 마지막 날 이후로 일부러 ..
칠 년 전, 유영은 졸업식을 앞두고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쏟아지는 폭언과,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는 나무람이 번갈아 그녀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졸업하기 전까지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으니까. 어쩌면 그녀만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집안은 평화로운 채 유지되고 있었을 터였다. 구정 직후, 할머니의 기제사가 있는 날이었다. 유영이 설날 장사를 차지한 학교 선배 성윤을 만나고 들어오니 집에 친척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큰댁에서는 몸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일찌감치 제사를 막내동생인 유영의 아버지에게 넘긴 터였다. 어린 유영을 성추행한 사촌 오빠가 번듯한 제약회사 연구원이 되고, 결혼을 하고, 딸까지 얻고 나선, 할머니의 재산을 자기가 일부 물려받아야겠다고 식사 후 술을 마시며 말하자 ..
"설날장사 축하드려요!" 그 때 알아 차렸어야 했다. 환하게 웃는 네 마음 한 구석엔 이미 그 날의 계획이 다 세워져 있던 것일까. "그래, 고마워. 너 졸업식이 언제였지? 2월 14일?" "네, 대강당에서 한대요." "졸업식에는 꼭 찾아가야겠는걸. 꽃다발 받고싶은거 있어?" 2월 14일이면, 누구나 알고 있을 발렌타인 데이였다. 화사한 꽃을 껴안고 웃고 있는 그녀가 보고 싶어 물어보았다. 의외로 빠른 대답이 돌아왔다. "은방울꽃이요." 나중에 찾아본 그 꽃의 꽃말은 '다시 찾은 행복'이었다. 너는 어떤 마음으로 그 꽃을 받고싶다고 말했던 것일까. 졸업식 날 다시 물어보자, 생각하는 바람에 그걸 물어볼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말았다. "좋아! 이 바쁜 선배가 관대한 마음으로 특별히 참석해 주도록 하지!" 하..
#. 어느 황녀님의 이야기 Music with. Rewrite the Star, Zac Efron & Zendaya(The Greatest Showman OST) 손에 닿으면 뭐든 가질 수 있었다. 비록 신력은 가지지 못했지만, 황제의 딸로 태어난 이상 내가 적어도 이 나라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은 거의 없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제외하고는. 처음 마주친 순간,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확신이 내게는 있었다. 얼결에 황녀를 만난 그 사람은 처음부터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황궁으로 끌고 가 오빠에게 결혼하겠다고 선포했을 때 제 친구에게 끌려 나가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나는 그를 끌고 가기만 했고, 한 번도 그의 생각을 묻지 않았다. 조급한 어린아이가 그러하듯, 손에 넣는 것에만 집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