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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몇십년 만에 열리는 황태자의 결혼식인 덕분에, 식이 열리는 대성당으로 쏠리는 관심이 대단했다. 지붕이 없는 황실의 화려한 마차를 타고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흰 예복의 부부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식이 이루어질 제단 가장 앞 쪽에 아를린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황족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것을 반영한 배치로, 그 사실을 알고 황태자비가 소리를 질렀다는 소식이 그녀를 미소짓게 했다. 일부러 건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벌써 히스테리를 부려주고 있었으니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가. 하지만 버진로드를 걸어오는 카틀레야의 얼굴은 환하고 밝아, 그야말로 신혼의 단꿈을 꾸는 새신부의 그것이었다. 흰 장갑을 낀 작은 손을 잡은 루트비히 역시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아직도 생각하나? 저 자리에 내가 있어야 한..
누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나는 대공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덕분에 누님 주변에 꼬이는 작자들이 무얼 기대하고 있는지 훤히 보였기 때문에, 윈스턴 대공이 황태자가 배석한 어전회의에서 ‘대공위는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다’라고 말하고 나서 벌어진 모든 일들에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 할 정도가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쯤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저의를 가지고 접근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었다. 특히 자신이 궁지에 몰렸을 때. 윈스턴 대공이 어전회의에서 내뱉은 말 한마디로 루트비히 황태자는 황태자비로 고려하고 있던 아를린 윈스턴을 단숨에 내다 버렸다. 대공위를 가진 황태자비를 들여서, 윈스턴 대공위를 황실에서 다시 흡수하고자 했던 계획이 틀어졌던 것이다. 그는 직후, 진작부터 눈..
높다란 회양목 담장은 비밀을 지켜주기엔 너무나도 낮았다. “그대만을 은애하오.” 달콤한 사랑의 밀어.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님을 그제서야 받아들인 숙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조금도 맺히지 않았다. 다만, 이런 방식만은 아니길 바랐기에 양 손으로 주먹을 꽉 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담 너머 비단이 사각거리며 무너지는 소리는 아마 애정어린 고백 끝에, 사내의 품에 함락된 가련한 여인의 그것이었으리라. 스콜라 졸업식 전날 열린 연회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꽤 커다란 전장이나 다름아니었다. 사교계에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어울릴 수 있는 마지막 자리이기 때문이었다. 평민이거나, 보잘것 없는 귀족 가문의 자식들은 저보다 신분이 높거나 재산이 많은 가문의 자손과 혼인하기를 꿈꾸며 ..
꽤 이른 아침이긴 했지만, 아직 유영이 일어나 있을 것 같지 않아 휴대전화를 보던 찰나, 인스타에 걸리는 사진이 하나 있었다. 희고 붉은 리시안셔스와 백합이 어우러진 꽃다발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같이 태그되어 있는 사람이 유영이었고, 촬영일은 오늘이었으며, 그걸 올린 사람은 현석이었다. 성윤은 저도 모르게 누워 있던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태그를 살폈다. 꽃시장. 그는 금방 자켓을 걸치고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었다. 꽃시장에 단 둘이 가 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같은 시각, 새벽 꽃시장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전리품을 들여다보고 있던 유영이 설탕을 두 조각 넣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말했다. “어떻게 오늘, 마주칠 일 없을거라 생각도 못했던 장소에서 마주치네요. 신기해라.” “그래, 그건 나도 신..
황후에게 기대되는 것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것, 연회를 준비하는 것, 사교계에 데뷔하는 아가씨들의 인사를 받아주는 것 딱 그 세가지입니다. 사실은 네 가지이지만, 당신은 '황위를 이을 수도 있는 아이를 정성껏 양육한다'는 그 마지막 조항은 지킬 수 없으니까 빼 봤어요. 어때요? 몸 조리 잘 하시길. 존귀하신 폐하께서 이 황자님의 후견인을 저로 지정해 주셨답니다? 아마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이 분을 뵙기 힘드실 터이니 지금이라도 많이 보아 두세요. 황후가 되면 다 자신의 것이 되는 줄 알았죠? 스콜라 시절, 나를 괴롭히면서 말했던 걸 지금도 기억해요. 귀족 여자의 운명은 결국 아이를 낳은 뒤, 남편이 싱그러운 젊은 첩의 품을 파고들면서 이내 버려지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자신은 황후가 될 몸이니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