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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내 기억이 허용하는 가장 깊은 곳, 가장 오래된 장면은 칼을 들고 있는 한 소년의 것이었다. 부모님이 마차 사고로 죽어, 그는 세상에 남겨진 나의 단 하나뿐인 혈육이었다. 커다란 대저택에 단 둘이 남겨진 어린 아이들을 노리는 일은, 노련한 도둑이라면 생각해 봄직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방문을 받았다. 돌봐주는 이 없이 떨며 다락방에 숨어있던 우리에게 다가온 남루한 차림의 사내는 망설임 없이 우리에게 칼을 휘둘렀다. 내가 먼저 칼에 깊숙히 찔렸다. 피부를 파고드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검이 빠져나가는 끔찍한 기분도. 칼과 동시에 내 몸에서 뜨거운 액체가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오빠가 반사적으로 튀어나갔다. 그 이후로 내 의식은 잠시 끊겼고, 다시 시야..
상냥하게 배려한다고 한 말의 단어 하나하나가 내게는 비꼼이나 다름아니었다. 그런식으로 말해준다 한들 한 가지 목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차라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해주면 좋았겠다 싶었다. 서서히 올라오는 분노는 역시나, 내 성정대로 금방 가라앉고 말았지만 사람 하나에 대한 인상을 망쳐버리는 일은 순식간, 그리고 평생 가버린다. 말했잖아, 끊어낼 때는 잔인하리만치 달아나버린다고. 내가 너를 싫어하게 되어서, 미워하게 되어서 사람 취급조차 않는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기어이 내게 하는 그 달콤한 사과는 독이나 다름아니었다.전의 사람은 자주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나를 기다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사람이 그렇게 만만해 보였던걸까, 화가 나서 주변에 엄청 쏘아댔더니 안쓰러운 위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느냐. 대공을 사로잡아라. 몇 해째 정혼자로 머물러 있을 생각이더냐? 그러다, 대공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면 어찌하려고?"아버지, 베스트팔렌 재상의 손에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작은 조작품이 잡히는 순간, 미레이유는 움찔했다. 어디로 피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기로. 벌써 십여분 째, 같은 이야기만 듣고 있으려니 - 여느 자식이라면 짜증을 낼 법도 했지만 선천적으로 부친에 대한 복종을 타고난 그녀로서는 그럴 수 없었다. 생각은 할지언정 몸은 움직일 줄 몰랐다. 가끔은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어제도, 같은 상황, 그리고 팔목에 생채기가 나지 않았던가. 남들 눈에 띄는 것이 두려워 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긴 소매를 갖춰 입어야만 했다."...내 말 듣고 있느냐? 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