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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었다. 하지만 손은 이미 낡고 녹슨, 칠이 다 벗겨진 파란색 손잡이를 돌리고 있었고, 신선한 공기를 밀어내는 묵은 세월이 순식간에 폐로 쏟아져 들어왔다. 거기엔 피아노--새까만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서 있었다. 천을 덮어 씌우지 않은 것 치고는 무척이나 멀쩡해서, 근래에도 드나드는 이가 있었던 것일까 처음에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이내 바닥에 남은 발자국이 하나 뿐이라는 것을 알고 생각을 접어두었다. 묵직한 검은 뚜껑을 열자 새하얗고 검은 건반이 눈에 들어왔다. 낮은 도부터 높은 도까지, 오른손으로 빠르게 음을 짚어보았다. 청아한 소리가 낡고 오래된, 이미 세월에 침잠한 듯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어째서? 방치된 피아노 학원 안에 남겨진 그랜드 피아노 한 대(그것도 상태가..
“그 때의 나는, 날 채우고 있는 것이 바로 너란걸 몰랐어.” Music with. 비 / 폴킴 당연하게도 나는 아니었다. 청첩장을 받아들기 한참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나는 이 사람에게 절대 연인일 수 없다는 것. 그 모든 따뜻함과 다정함은 잠시 내게 머물렀을 뿐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알고 있었어. 말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 기억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건 앞으로 온전히 나의 몫일진대..... 좋아한다고 말이라도 한 번은 해 볼 것을. 잠깐 졸았다가 깨어났을 때는, 비가 요란하게 창가를 때리고 있었다. 아마도 저 소리에 깨었는가 싶었다. 우습게도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뭔가 슬픈 꿈을 꾼 것 같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어깨 위를 담요로 덮으면, 막 ..
친구에게 키워드 세 개를 요청했더니 받은: 커피, 햇살 그리고 고양이 로 습작 모처럼 손님이 없는 아침이었다. 집무실 대신 서재에 들어가니 향긋한 커피와 책의 향기가 뒤섞여서 마음을 간질였다. 커피를 내린 사람은 없고 책상 위에 투박한 머그가 따끈한 온기를 내뿜으며, 손을 이리 뻗으라고 속삭였다. 이렇게 무거운 잔을 쓴다고? 나오는 속으로 머그의 무게에 감탄하며,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미식을 즐길 만큼 예민한 성정은 아니었지만 따뜻함과, 커피향이 주는 편안함이 온기와 함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누구든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너그러이 대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샘솟았다. '야옹.'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책을 비롯해 온갖 문서가 보관되어 있는 서재에 고양이라니. 하지만, '야옹.' ..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성윤과 가벼운 말다툼을 하고 나서도, 어른답지 않게 사과하지 않고 집에 틀어박힌 것이 적잖이 신경이 쓰인 탓이었다. 그래도 이 시간에 전화 하는건 예의가 아니잖아? 게다가 그는 내일 이른 새벽 출국하는 해외 출장 일정이 있었다. 유영은 고민하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다가, 새벽 세 시가 다 되어서야 방 안의 불을 다 켜 둔채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방 안에 검은 연기가 가득 들어 차 있었다. 숨을 크게 훅, 들이쉬자 갑자기 답답함이 몰려들어왔다. 이게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머리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도 전에 몸은 휴대전화만 챙겨서 집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그 때 옆집에서 나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피범벅이 된 옷을 입은 그 남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황녀가, 한 남성의 팔짱을 낀 채 문을 나서고 있었다. 때마침 내 방에서 창 밖을 바라보지 않았더라면 볼 일 없는 광경이었다. 미소짓고 있는 황녀의 눈이 나와 맞닥뜨렸다. 누가 보아도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시선이었다. '이겼다,'고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만약 나오의 초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지금 저 남자의 팔을 붙잡고 저택을 나서는 이가 자신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엎어버린 물그릇에 다시 물을 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아를린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나갈 채비를 했다. 계약 기간이야 며칠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여길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복원 재료는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고 싶어 늘 하던 아주 평범한 외출이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