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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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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2

alicekim245 2021. 5. 3. 18:00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손등이 트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좀 더 자주 사용하게 된 알코올 소독제와, 손을 아무래도 자주 씻게 되는 탓이었지만 그래도 부르튼 손등을 볼 때의 기분은 묘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타지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순간 쓰라려서 살펴보면 피가 맺혀있었다. 언제쯤 이렇게 되었더라. 주변에서 그걸 보고 핸드크림을 듬뿍 짜 주며 한 소리 했다. 하지만 그들마저도 별다른 대책은 없었다. 이 전염병이 끝나고 나면 이렇게 트고 갈라지고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전에, 무사히 이 계절을 보낼 수는 있을까.

살포시 찾아든 봄바람이 살랑살랑, 마음을 뒤흔들었지만 심경은 복잡했다. 마음 가는대로 가기엔 상황이 그렇지 못한 관계로. 내 인생이 내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건 진즉 알고 있었지만 현실의 벽을 마주하니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리고 어째서 그 사람은 아니었는지도.

책을 조금씩 다시 읽으려고 노력중인데, 기어이 난독증이 찾아오고 만 것인지 한 권을 다 읽은 책이 몇 되질 못했다. 영영 쓰지 못하거나, 끝내지 못하거나 하려는 모양이었다. 어릴 때면 글을 제법 쓴다고 칭찬을 받았는데 나이들고 나니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일상에 찌들어서?

일이라고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고싶은 일엔 열심이고, 그렇지 않은 일은 있는 힘껏 미뤄버리는 이 엉망인 심성이 일을 그르칠 적이 제법 있었다. 그런다고 주변에서 힘써서 도와주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알아서 해결해 나가야 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가족들과 긴밀하게 연락한다고는 하지만 눈 앞에, 지근거리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다는건 아무래도 커다란 공허였다.

시간은 흘러가고, 이 줄글들이 한 곳에 엮일 일은 없겠지만 그 때의 내 심경을 대변할 터다. 아마 기억 못할지도 모르겠다. 한참이나 지나버린 감정을 뒤늦게 그러쥐고 그 때는 왜 그랬을까--하고 후회를 할까 아니면 잘 했다고 나를 칭찬할 수 있을까. 어느 쪽이든 글자 하나 정도는 어딘가에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계속 하고 있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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