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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0 본문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지는 날이 있다. 몸 상태가 그런 적이 있고, 정신이 온통 다른데 쏠려서 흔들릴 때도 있고 양 쪽 다 힘들 때도 있다. 혼자라는건, 그 모든 상태를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가 있다 한들, 덜어지는 것도 아니긴 했다.
혼자 산다고 말하고 나선 다들 식물이나 동물 들여놓기를 아무렇지 않게 추천했는데, 그 때마다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내 집에 생명체는 나 하나로 충분하다고.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제라늄 화분을 베란다에 두고 키웠지만 글쎄, 여기는 그럴 공간이 있어도 내가 더이상 뭘 기르고 싶질 않았다. 어항도 마찬가지였다. 이따금 집을 며칠씩 비우거나 들어오더라도 집 관리를 하루 이틀은 아예 안하고 싶은 날이 있는데 돌봐야 하는 생명체가 있다면 아무래도 성가실 수밖에.
그래도 제라늄은 식물을 잘 죽이는(?) 이들에게도 한 번쯤은 키워보라고 추천하는 식물이다. 베란다에 두면 일단 제충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기를 만나기 어려우며, 꽃도 화려하게 핀다. 발아부터 줄기가 굵게 자라 꽃을 틔울 때까지 성장도 무난하고 튼튼한 편이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스치우는 순간 쇳내가 강렬하게 난다는 점. 아마도 그 향 때문에 벌레가 얼씬도 못하는것 같긴 하지만, 제라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같은 식물 초보가 몇 년을 잘 길러냈을 만큼 돌보기 쉬운 식물이다.
컨디션의 문제로 돌아가서, 몸이나 정신이나 뭔가 상태가 안좋아지고 기분이 저하되면 어떻게든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했다. 뜨끈한 욕조에 좋아하는 향의 아껴둔 입욕제를 풀어놓고 반신욕을 한다던가, 일부러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운동(피트니스 복싱이든, 링피트든, 아니면 헬스장에 가서 트레드밀을 타든)을 한다던가. 최악은 역시 술을 마시는 거였다. 이제는 내일을 잊을 정도로 마시지 않고, 술도 집에 잘 안 사두는 편이지만 술은 최저의 해결방식이라는걸 다음날 상태로도, 피부로도 느끼는 30대다.
그래도 술을 아예 끊을 수는 없었으니 금주(禁酒)라기 보다는 절주(折酒)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박미정 작가의 낙신부를 읽을 때 나는 이 단어를 이렇게 써먹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주신(酒神)이 선사하는 약간의 위로를 마다할 정도로 나는 곧고 강건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여 운동, 이따금 술, 아니면 숨쉬기 운동만 한다고 직장 상사에게 가벼운 놀림을 당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조금 한다는 운동 마저도 그날의 기운을 내 스스로 꺾어버리면, 때마침 술까지 집에 남아 있으면 알코올에 침잠되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균형을, 곧음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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