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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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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1

alicekim245 2021. 4. 26. 18:00

꽃이 피었다가, 스러진다. 목련은 어떠했던가. 희고 보랏빛 꽃이 주변을 두툼하게 뒤덮더니 사나흘을 견디지 못하고 낙하해버렸다. 그 이전에는 매화였다. 흰 꽃에서 나는 매혹적인 향기가, 그야말로 화기에 홀려 뒤쫓아가게 만드는 자태였다. 그 꽃이 지고 나니 이번에는 벚꽃이었다. 이제는 매화와 벚꽃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향이 매력적이고 나뭇가지에 잔뜩 붙어서 피는 꽃이 매화이며, 벚꽃은 꽃대가 가지에서 따로 나와 바람이 불면 삽시간에 흩어져버린다. 그나마 막 피기 시작한 벚꽃은 제 짧은 시간이 안타깝기는 한 모양인지 제법 거센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제 꽃잎을 허무하게 흩어버리는 짓 따위는 하질 않았다.

봄 내내 꽃을 찍으러 다닐 것이라 막연이 생각했지만 현실은 상상이나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었다. 꽃이 저만치, 조금만 나가면 볼 수 있는 곳에 휘영청 달마냥 걸려 있는데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 사무실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하였다. 저 꽃의 순간은 오늘만 존재하는 것인데. 달이 매일 다르게 뜨는 것 처럼, 모든 순간이 오로지 딱 한 번 뿐인 것 처럼.

언제부터 내가 꽃을 이렇게 좋아했더라? 그냥 보고, 눈에 담는 것도 좋았고 누군가에게 선물해 주는 것도 좋았다. 수수한 듯 보이는 꽃들이 한군데 묶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하게 빛을 반짝였다. 꽃잎이 품고 있는 특유의 질감이라던가, 색감이 너무 좋았다. 내가 보는 그대로 화면 위에 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보는 꽃과 저 사람이 보는 꽃이 다를것 같아서, 그래서 더욱 더. 꽃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해 주는 일을 좋아한다. 어떤 꽃이 어울릴지 고민하는 것도 즐겁고, 포장지와 리본의 색깔, 조화롭게 고른 다른 꽃들도. 그리고 고심해서 고른 꽃을 건네주었을 때 환하게 피어나는 기쁨의 표정도 나를 기쁘게 했다. 그런 기쁜 순간이 언제 지나가버렸더라. 이제 까마득해서 기억나질 않는다. 이곳에서 나는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할 사람도 없는 온전한 외톨이나 다름아니었다. 남들은 참 친화력이 좋다고 칭찬을 하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걸 말해도 믿어주질 않는다. 그러니 어찌하랴, 그냥 나는 나대로 지금처럼 살아오면 그만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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