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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초의 근황

alicekim245 2020. 11. 8. 19:40

나이가 무색하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열렬하게 낯가림을 하고 있다. 주로 내 쪽에서. 완전히 새로운 도시에 와 버렸으니 이 낯섦은 차차 적응해 나간다손 치더라도, 사람에 대한 낯가림이라--언제쯤 경계를 풀고 허물없이 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혀 안 그런체 굴어봐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낯가림 중이기도 하고. 말실수도 벌써 몇 번을 했고. 이 간격을 구분하기란 나같은 사람에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취미를 새로 가져보겠답시고 아트조이의 명작 카피 시리즈를 몇 개 샀는데 처참하게 망했다. 나는 세밀한 그림작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차라리 근처에 피아노학원이라도 있으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쳐들어가서 무작정 배움을 청하기라도 했을텐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집 안에 디지털 피아노를 두기에도 썩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기도 하고. 가끔 본가에 가서 피아노를 치곤 하지만 매일 저녁,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특별히 뭔가 하고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게 문제다.

예전에는 부지런했나, 를 생각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운동이나 다시 할까부다. 먹는게 확실히 줄어들긴 했지만 운동을 해야, 이 생활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몸을 움직이는 것의 이점은, 신체적 능력이 향상되는 것 외에도 긍정적인 생각과 의욕이 몸에 깃든다는 것에 있다--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한동안 어수선하였으니, 여기에서의 삶의 패턴을 맞춰가고 익숙해져 가는데 신경을 쏟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최소한 몇 년 간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고, 귀찮은걸 여간해선 싫어하는 내 성격 상 아마 평생 여길 벗어나는게 더 어려울 지도 모르고.

아무튼 겨울이 훌쩍 다가와서, 트렌치코트로는 좀 추운 나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며칠이 더 지나면 그럴거고, 11월 중반쯤 지나가면 익숙하게 모직코트를 꺼내 입고, 가죽 장갑을 끼고 바깥으로 나가겠지. 눈 치울 걱정을 하면서.

운전을 배워야 할 필요가 이제 정말로 생겼는데, 막막하다. 정리가 덜 된 부분도 있고, 신경써야 할 부분도 있고...그래서. 그래도 내일은 바깥에 나가서 시내라던가, 좀 더 눈에 익혀두어야지. 운 좋으면 재미있는 걸 볼 수도 있고.

새로운 지역에서의 생활, 낯섦, 낯가림, 또 여러 상상력이 자극되는 좋은 장소다. 내가 그 실마리만 놓치지 않으면 꽤 재미있는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계속해서 써내려 가지 않으면, 그나마 남아있던 재주 한 조각마저 날아가버리게 될테니까.

아무튼, 힘내자.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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