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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11월 11일, 잠이 오질 않아서 본문
새 디퓨저를 어떤 것으로 들일까 고민하다가, 교보문고의 Scent of Page를 제치고 양키캔들의 Clean Cotton이 집에 들어왔다. 미국에 1년간 머물렀을 때, 잠시 동경했던 연상의 남자가 차에 달아두었던 카 벤트스틱의 향이 바로 클린 코튼이었다.
그 사람은 이제 내 곁에 없고, 생사조차도 알 수 없는데 그 때 내게 남겨준 그 때의 향과 기억이 칠 년이나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견 미련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깟 향이 뭐라고, 칠 년이나 넘게 떠올리고 회상한다는 말인가. 그 동경의 뒷끝이 씁쓸했음을 상기하기까지 하면, 술 한 잔으로 끝난 밤이 없다. 사실 오늘 퇴근 후 조니워커 레드라벨에 미련하게 토닉워터를 섞어 하이볼을 만들어 마셨지만, 술 기운이 주는 기분좋음은 아주 잠깐이었다. 술에 빌어 감정을 흘려 보내는 일은 불가하다고, 몇 번이나 체득한 밤이 지나갔는데 미련하게. 차라리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낫다. 떠오르면, 그 기억의 타래를 타고 또 무슨 기억이 나를 괴롭히려고.
한편으로는 후각이 기억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기도 하다. 혹은, 우연히 받게 된 상사로부터의 꽃다발이라던가.
전 직장에서는 직원들의 생일을 공식적으로나, 대대적으로 챙기질 않아서 승진 때 꽃다발을 몰래 주문해서 선물하곤 했는데, 그 때마다 직원들의 표정이 참 이채로웠다. 무미건조하게 살아온 나로선 꽃을 받아본 일이 별로 없었지만, 꽃다발을 받아 든 직원들의 얼굴 면면이 참 즐거웠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기쁘게 해 줄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새 직장에 적응하는 중이니, 곧 다가오는 생일은 홀로 축하하는 것이 고작이겠지만.
유려한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게 글로도 잘 안나오는데, 말로는 더더욱 안나온다. 나이를 먹고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해졌다. 작은 카드를 하나 쓰는 것보다, 꽃다발 하나를 건넸을 때의 반응이 더 직관적이기도 하고. 어른의 여유라고 하기엔 너무 사치스럽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21시쯤 이른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오질 않아 교육이나 하나 듣자 싶어서 몸을 다시 일으키니 21시 40분. 다 듣고 나면 23시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차라리 운동이나 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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