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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alicekim245 2020. 11. 21. 22:15

글을 아무래도 놓고살다 보니,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점차로 어려워진 기분이다. 실제로도 그러하다. 말을 잘 못 건네는 그런 거라던가.

얼마 전 생일이었고, 사고를 거하게 쳤다. 서로 없는 일로 하기로 했다지만 이미 친 사고를 없는 것으로 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제길.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면 이번엔 곱게 안 끝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렇게 안 마실거다. 술한테 잡아먹혀서 해실거릴 나이는 이제 지나기도 했고.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다. 그냥 일반 피아노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적 요건 상 디지털 피아노를 급하게 구해서 타건감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어떻게 쳐야 내가 원래 하던 그 느낌으로 칠 수 있을지 열심히 궁리중인데, 그 덕에 다른 곡은 시작 할 엄두를 전혀 못 냈다. 일단은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No.1을 여전히 붙잡고 있고. 새 곡으로는 Mia & Sebastian's Theme이나 Flower Dance, 아니면 Merry Christmas, Mrs.Lawrence(맞나?). 재능이 거의 없으니 곡만 보고는 제대로 치질 못하고...선생님이라도 붙어 있으면 좀 더 나을것 같지만 역시 그놈의 현실적 요건이 문제다.

직장을 옮겼고, 그에 따라 지내는 지역도 완전히 달라졌다. 완전히 낯선 세계에 온 듯한 느낌으로, 홀로 떨어져 지내고 있는데 이게 참 공허하고 묘하다. 그래도 혼자 지내는 공간에 여유가 생긴 점은 좋지만, 이 공허함과 외로움에 익숙해져야만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술에 또 잡아먹히지 않는 것으로.

그래도 가끔 전 직장에서 알던 분들이 나의 퇴사 소식을 모르고 연락을 하시는데, 아쉬워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운을 빌어주시는 것이 무척 좋았다. 전 직장에서 그래도 나쁜 평판은 아니었구나, 하고. 그때 써먹은 기술을 여기서는 전혀 써먹을 일이 없긴 하지만. 전공에 맞춰서 어리바리 막내 사서가 된 지금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모르는게 한가득이고, 어색하고, 낯 가리고.

앞으로도 사고치지는 말아야지. 여기에 평생 정착하게 될까? 잘 모르겠다. 연고가 전혀 없는 곳이라 기회가 되면 원래 살던 곳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본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물리적으로 독립된 공간이라 아쉽기도 하다. 어쨌건 적응의 문제다. 외로움도, 공허함도, 어색함도.

좋은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한결 생활이 여유로워졌고, 차도 운전할 대위기에 봉착했고(확실히 지방은 차가 있어야 운신의 폭이 넓다), 차 운전을 제법 하고 다니게 되면 잠시 그만두었던 사진도 본격적으로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하고싶은 일들을 적어두고 하나 둘 해치우는 기분으로, 일 외적으로는 그렇게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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