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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ovie Review

덩케르크(2017)

alicekim245 2017. 8. 7. 02:00


실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전부를 본 것도 아니고 그저 인셉션과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를 본 것이 전부이긴 하지만 워낙 인지도도 높고,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작품을 선보여준 덕분에 선택한 영화 덩케르크.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철수 작전에 대해서는 모처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기도 했고, 전쟁사를 어느정도 공부하다 보면 여러가지 알 수 있어서 과연 감독이 어떤 식으로 영화를 풀어나갈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특히 배우 중 케네스 브레너 그리고 킬리언 머피가 나오기에 기대감도 약간은 더 있었다.


극적인 긴장감이 수시로 쏟아진다기 보다는,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쭉 나열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시간을 달리 보여주어 다소의 혼란도 있었지만, 전쟁이 가져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 그 이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듯한 생각이 들었다. 말로 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떻게든 살아남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우습다기보다는...뭐랄까, 굉장히 묘한 기분이 계속 들었다.


고증이 엄청 뛰어나다고 하는데 나는 총기나 비행기류에 정통하지 않아 그런 고증에 감탄할 수 없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전투기가 하강하면서 내는 사이렌 소리와 총성, 그리고 폭발은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굉장히 진부한 표현이지만) 충분했다. 실제 전장에 있으면 내가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더 처절하고 두려울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다 체념하고 죽음을 평온하게 받아들이거나.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확실히 기적에 속하는(민간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 그리고 구출된 인원을 볼 때) 작전이긴 하지만 이것이 전쟁 중의 역사라는 사실도 한편으로는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 웃음은 조금도 없다. 인셉션에서 보았던 인물간의 개그는 눈꼽만큼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아마 없었을거다). 전쟁이 가져다 주는 황폐함, 살아남으려는 욕구를 적나라하게, 그러나 과하지 않게 보여준 영화였다.



배우에 대해 몇 가지 잡담을 늘어놓자면,

파리어 역의 톰 하디는 '눈알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들을만 했다. 톰 하디의 목소리는 유독 특징적이었고, 마스크를 쓴 그 목소리는 다크 나이트의 베인과는 확실히 달랐다. 상황의 긴박함을 좁은 장소에서 구현했다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콜린스 역의 잭 로던은 무려 '덩케르크 금발 공군'이란 키워드로 불리고 있더라. 90년생이라던데, 영화 내에서 가장 여유롭고 잘생기게(?)나온 배우라 아무래도 사람들의 눈에 각인된 것 같다. 죽을뻔한 위기에서 겨우 구조되었을 때 보여준 그 여유란. 톰 하디가 흰색 터틀넥을 입은 것과 대조적으로 잭 로던은 공군 정복을 입고 있어서 정장을 몹시 좋아하는 내게 더 어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핀 화이트헤드는 '잘생겼다'는 평도 꽤 있지만 나에게는 왠지 생존왕, 그렇게 인식되어버렸다. 영화 배역에 딱 맞는 배우란 생각도 들었다. 표정에서 나오는 절박함은 영화에서 내가 줄곧 느꼈던 황폐함과 절박함 둘 다를 담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프랑스 병사로 나오는 깁슨 역의 아뉴린 베나드는 의외로 영국인. 줄곧 말을 하지 않던 이유를, 나는 그냥 벙어리겠거니 생각했는데 직장 동료가 그걸 미리 눈치챘다는 말을 해서 놀랐다.

신데렐라의 감독이기도 한, 질데로이 록허트 역이기도 한 케네스 브레너는 중후하고 책임감 있는 볼튼 중령 역을 맡았는데, 이미지와 연결되는 캐릭터를 연기해서 좋았다. 화면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역할이라고 해야하나.

킬리언 머피는 이번 작에서도 묘하게 감독한테 굴려지는 느낌인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병사 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것 같다. 멀쩡해 보이는데 실은 제정신이 아닌 연기를 계속 하는 것 같은건 착각일까...배우가 워낙 인상이 강렬해서 그런 것일지도.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보기 위해 예매 전쟁이 있었다고 하던데, 나는 그냥 일반 상영관에서 봤기 때문에 비교는 못하겠다. 사실 아이맥스 영화나 일반 영화나 별반 차이를 못 느끼기도 하고...


제법 볼만한 영화였다. 시기를 제대로 탔으면 관객수가 충분히 많았을텐데 그 점은 다소 아쉽기까지 하다. 다음에는 이런 수작이 제대로 상영될 기회도 얻지 못하고 밀려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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