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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나, 결혼한다.” 청첩장을 건네준 성윤의 표정이 그야말로 꽃밭, 유영 입장에서는 가관이었다. 얼마 전부터 혜인이 드레스를 입어보러 다닌다는 이야기가 돌았기 때문에 성윤이 따로 유영을 불러냈을 때부터 이미 짐작 가능했지만, 막상 마주하니 현실은 더 비참하게 다가왔다.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그래서 팬으로서 머물 수밖에 없던 사람을 면전에 두고서, 정작 청첩장을 준 사람은 새롭게 출발한다는 기쁨에 들떠서, 유영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축하해요, 선배님.” 결국 유영과 성윤 사이를 정의하는 단어는 이 두 개일 뿐이다. 선배, 그리고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는 아주 단순한 관계. 나는 네게 뭘 받아 보겠다고 이토록 오랫동안 곁에 머물렀던 것일까? 유영은 그렇..
그 날은 복상사로 죽은 윈스턴 전 대공이 숨겨둔 유언장이 우연히 발견되어, '관계가 좋지 않았던' 외동딸 대신 황태자가 그걸 공표한 날이었다. 비가 내린 탓에 사방에 습기가 가득했고, 눅눅해진 책장을 넘기던 찰나 거기 끼워져 있던 긴 은제 책갈피가 하필이면 아를린의 눈에 들어왔다. 윈스턴 대공가를 상징하는 장미꽃 문양의 물건은 그녀의 아버지가 사용하던 것이었다. "다 내다 버리라고 했는데......" 작은 침실에서부터 서재, 응접실에 이르기까지 죽은 아버지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은 것은 싹 다 갈아엎어버린지 세 달이나 지난 시점에 이런 사소한 것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자못 불쾌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유언장의 내용이 계속 그녀의 머릿속에 마치 속박처럼 맴돌고 있었다. 유복자, 혹은 사생아 중 남자아이가 있을..
"친구와 연인의 차이가 뭐일 것 같아?" "......"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의 깊이가 달라. 너는 앞으로 친구로서만 그 분의 곁에 존재할 수 있어. 그러니까 이제 정치적인 이야기만을 나눌 수 있겠지. 하지만 황태자비인 나는 그 분의 마음 속 이야기까지 서로 나눌 수 있어. 시간이 흐를 수록 이 사소한 격차는 점차 벌어지겠지. 정무를 논하기만 하는 과거의 친구와, 후계자까지 낳아 줄 자신의 부인 사이에서 갈등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야." "랑엔펠트 백작 영애," "난 황태자비야!" 카틀레야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지만 아를린은 평온한 얼굴로, 그녀를 '백작 영애'로 부르길 고집했다. "아직 약혼을 겨우 했을 뿐인데 감히 대공한테 그런 호칭을 강요하려는건가? 백작 영애, 원래 황태자비로 정해져 있던 상대..
"잘 생각해 봐. 미레이유가 아르덴 국왕과 강제로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 병약한 여자는 언젠가 자연사했을 거고 미하일의 속에 자살한 여자가 들어앉은 채 널 괴롭힐 일은 없었겠지. 약혼도 거의 강제로 한거잖아? 나에게서 미하일을 보호하려고. 미하일이 미레이유를 아르덴에 보내면 안된다고 말해서 아르덴 국왕을 자극하지 않았다면, 결혼은 성사되지도 못했어. 미하일은 타국의 왕비가 될 사람을 빼돌리려다가 발각당해서 황제한테 손찌검까지 당했던 사람이야. 아르덴 국왕은 독점욕, 소유욕이 강해. 자기 것이 될 여자를 제국의 황태자가 데리고 달아나려 했단 이야길 듣고 결혼을 강행했어. 결국 누구때문에 미레이유가 불행에 빠졌을까?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야, 아를린. 왜 하필 미하일이야? 윈스턴 대공가라고 한들 이미 황태자 ..
카틀레야의 강짜에 일부러 지는 척, 연회 순서를 양보했지만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그녀의 눈 앞에서, 그 여자가 눈독을 들이던-황태자에게 계속해서 요구하던 그 보석이 자신의 손에 들어왔음을 대놓고 보여주고 싶었다. 흔한 여성들의 자존심 싸움, 그런 것이었다. 더군다나 죽은 황후가 소중하게 여긴 붉은 루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최상급의 보석이었고, 황제가 직접 아를린의 대공위 즉위를 축하해 주기 위해 만들도록 명한 백금 초커에 장식되어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상자를 하사해 줄 당시에는 열어보지 못하게 했었기에, 아를린은 선물의 정체를 알고 처음에 의아하게 생각 할 정도였다. 며느리 될 여자가 이 보석을 갖고 싶어 한다는게 사실상 공공연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일부러 그것을 윈스턴 대공에게 준 저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