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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19세기 초, 영국 섭정 시기의 사회상을 공부하다 보면 꽤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된다. 역사와 사회 관념 등 여러가지의 중첩이기도 하고, 즐겨 읽는 소설의 시대상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서 그리 느껴지는 걸수도 있겠다. 그 시기 중상류층 이상의 여성들은 성혼 시기의 남성들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춤과 예술(그림 그리기, 바늘로 그물가방 뜨기, 태피스트리 만들기, 바구니 장식하기, 피아노포르테 또는 하프 연주 등), 약간의 지식 정도를 익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시 되었던 것은 그 여자의 집안과 지참금이었다. 정말 '인격적'으로 괜찮은 여성이어도 집안에 무뢰한(vulgar)이 있거나, 집안이 가난해 딸린 지참금이 전무한 경우에는 결혼이 힘들었단 이야기다. 물론 그 당시에도 신분 상승 추구..
꽤 멀지 않은 곳이라고, 의식적으로 생각만 하고 있을 따름이었는데 막상 여기까지 오는 길은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고 지루한 여정을 필요로 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바라보는 푸른 잎새의 반짝임이, 지금은 그저 시끄럽기만 하다. 사샤. 네가 여기까지 오는 길은 내가 느꼈던 것보다 훨씬 길었겠지? 원치 않는 여행의 마지막이 파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국 끌려왔어야만 했던, 신부의 새하얀 복색을 하고 이 장원에 발을 딛으면서 당신은 웃고 있었을까, 혹은 울고 있었을까. 너를 그렇게 떠나보내어선 안되었는데. 새하얀 비단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자꾸만 난다. 긴장한 탓에 드레스를 손으로 꽉 쥐고 있던 탓이었다. 누군가는 시끄럽다고 잔소리를 할 법 했다. 하지만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 문이 자물쇠로 잠긴 마..
남방 대공령, 수도 슈플리테. 대공저 안뜰에서 서성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던 명헌대공은 고대하던 이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시비들은 따르게 하지도 않고 버선발로 대문을 향해 뛰어갔다. 막 마차에서 내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마리안느는 그런 그를 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보는 오라버니였다. 마리안느 페트라르카는 명헌대공의 여동생이었고, 또한 그 유명한 화헌대공비(다른 차원에서 왔다고 알려진)의 딸이었다. 그녀가 사교계에 데뷔하는 날, 관례대로라면 공작부인 쯤 되는 이가 마리안느를 에스코트 해서 황후에게 보여야 했지만 그 관례를 무시하고 명헌대공이 직접 마리안느를 데리고 간 일은 꽤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는 사건이었다. 그 일을 두고 심지어 그 윈스턴 공작이 뭐라 한 소리 하기까지 했지만, 페트라르..
도처에 널린 것이, 흔해빠진 연애담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다 결국에는 행복해진다거나 하는 그런 이야기가. 소설은 그래서 아예 손에 대질 않았다. 내게 아직도 접근하는 어린 아가씨들도 그런 이야기를 믿고서, 내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자기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릴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한동안은 그런 기대를 산산히 부수는 것이 즐거웠지만 레이첼과 헤일리가 죽은 이후로는 그마저도 그만두었다. 찢겨진 옷, 흰 피부에 난 상처, 그리고 흐느끼는 울음 끝에는 뭔가 금전이 걸린 협상이 항상 들어왔다.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서 오는 짜릿함도 물론 존재했지만 나는 그들의 탐욕에 어울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엔, 마음 둘 곳 하나 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이는 것이 나의 평생이 될 터였다. 누군가 멈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윈스턴 공가의 방에는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초상이 놓여 있었다. 정작 아버지는 이 여인이 누구인지 내게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공작위를 물려받은 이후로 집안 자산을 점검하면서야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미하일 윈스턴 대공은 힘의 흐름과 어머니의 집착 때문에 엘리자베타 여제와 결혼한 경우지만, 그 이전에 약혼녀가 있으리란 것은 당연한 추론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바로 미하일 윈스턴 대공이 평생을 두고 짝사랑했던, 그래서 내 어머니에 의해 죽어야먄 했던 귀족 아가씨였다. 아마 엘리자베타 여제도 이 초상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을 듯 하지만, 손에 넣은 남편의 얼마 남지 않은 인내심마저 조각내는 것이 두려워 손대지 않았을 터였다.가만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