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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 to Jane Austen's World] 사교 시즌에 대하여

alicekim245 2017. 6. 4. 21:52

흔히 19세기 영국을 다룬 소설을 보면 '시즌'을 언급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 없는 개념이고, 해외 사교계에는 아직도 있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래도 이 시즌이 대체 뭔지 알고 나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즌(Season)은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사교계의 활성화 시기'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영국에서는 매년 1월부터 의회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지방(시골)에 있던 귀족과 중상류층은 런던의 타운 하우스로 거처를 옮겼다. 이 타운하우스는 통상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로, 유의해야 할 점은 1층이 Ground Floor, 2층이 First Floor라는 점이다. 이는 지금도 그 쪽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층을 지칭할 때 통용된다(내가 방문했던 때가 2012년도라 크게 바뀌지는 않았을 것).
시즌은 미혼의 자녀를 둔 어머니들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시기였는데(이전의 글에도 언급하였듯이) 갓 데뷔한 딸들을 좋은 신사에게 소개해 청혼을 받도록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지상 최고의 목표였다. 나이가 찬 숙녀(Debutant)는 세 시즌 이내에 청혼을 받아야 성공적이라 평가받았기 때문에, 어머니들은 숙녀들을 온갖 유흥 자리에 데리고 다니며 신사들 눈에 띄이게 하려고 애를 썼다.
시즌 기간의 런던에서는 다양한 여흥이 마련되었는데, 대표적으로 (가면)무도회, 군대 사열식, 극장(오페라, 연극 등), 클럽 모임, 야외에서의 아침식사(Alfresco Breakfast) 등은 미혼의 신사와 숙녀가 만나 서로의 가치를 가늠하고 결혼 여부를 재는 중요한 이벤트였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은 공원에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기도 했는데, 이걸 결혼 적령기의 남녀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승마를 즐기는 청년들을 곁눈질하는 숙녀들, 그리고 그 숙녀들을 다그치는 보호자들(Patroness)의 모습을 이 시기의 공원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사교 시즌은 3, 4월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성황을 이루게 되고, 런던의 열기가 견딜 수 없어질 정도가 되는 6월에 종료되었다(즉, 실질적인 시즌은 한 달). 이후 9월~11월 후반부까지, 즉 여우 사냥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사람들이 잠시간 런던으로 올라와 소규모 사교 시즌이 개최되기도 했다. 시즌 이외에는 각자의 영지(Estate) 또는 휴양도시(Brighton 등)에서 여름과 겨울을 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무엇보다 신사 숙녀가 서로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행사는 춤(무도회)였는데,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 베넷과 피츠윌리엄 다아시의 톡톡 튀는 대화는 춤을 추는 도중에 이루어졌다. 남녀가 손을 맞대고 공개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은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시기의 춤은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영국의 전통 댄스(England Country Dance), 코틸리옹(Cotillion), 쿼드릴(Quadrille), 그리고 왈츠(Waltz)이다.
영국의 컨트리 댄스는 남녀가 열을 이루어 마주보고 선 뒤, 윗부분(Top)에 해당하는 커플이 춤을 추고 맨 끝 열로 가기를 반복하면서 추는 춤이다. 코틸리옹은 여덟명이 기본이고, 사각형 대형을 이룬 채 추는 춤으로, 진형(Figures)과 변화(Changes)가 존재했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편이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쿼드릴은 코틸리옹과 인원과 기본 대형은 같았지만 다섯 가지의 진형(Figure)이 있을 뿐 도중에 뭔가 바뀌지는 않았다.
왈츠는, 1814년 차르 알렉산더가 알막(Almack's, 유명한 사교클럽)에서 선보인 이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갓 데뷔한 숙녀들(Debutant)들에게는 엄격히 제한되었는데 이 춤이 상기한 세 가지 춤보다 훨씬 음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남녀 단 둘이 손을 붙잡고 플로어를 누비는 모습은 영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갓 데뷔한 숙녀들은 클럽(사교 모임)에서 후원자이자 감시자 역할을 하는 귀족 부인들이 선택한 신사와만 왈츠를 출 수 있었다.

이 사교의 장을 주로 관할하던 거대한 클럽이 몇 개, 런던에 존재했는데 오늘은 위에 언급되었던 알막(Almack's)에 대해서만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 클럽은 1763년도, William Macall이 설립한 것으로, 이 설립자는 자신의 성을 철자를 바꾸어 알막이란 클럽 명을 만들어냈다. 초기에는 도박장(Gambling Club)이었으나 1764년 성 제임스 스퀘어(St. James Square)에 커다란 건물을 올렸고, 이듬해 2월 20일 오만가지 연회와 도박이 개최되는 이 거대한 사교 클럽을 오픈했다. 초기에는 10기니를 주고 이 클럽에 드나들 수 있었는데, 이 금액으로는 12주간 주 1회 개최되는 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설립자 사후 이 클럽은 그의 여조카 부부가 물려받았는데, 그들은 이 클럽의 문지기(Door Keeper)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명망 높은 귀부인들이 위원회를 조직하도록 했다. 이 엄격한 위원회는 심사를 통과한 이들에게만 티켓을 발부하는 것으로 클럽의 격을 더욱 높여주었는데, 이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이들은 역사상 이천여명을 넘은 적이 없다.
여섯명 내지 일곱명의 귀부인들이 상주하는 이 위원회는 주 1회 개최되었는데, 아무리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도 천박한 짓을 일삼거나 스캔들에 휘말렸을 경우 클럽 입장이 거절되기도 하는 등 엄격한 사회적 잣대로 클럽 회원들을 평가했다. 이 회의에서 입장이 가능했던 사람이라도 클럽에 늦게 도착한다거나, 격식에 맞지 않은 복장을 했을 경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출처: (Georgette Heyer's) Regency World, Jennifer Kloester
What Jane Austen Ate and Charles Dickens Knew, Daniel Pool
참고: BBC Documentary hosted by Lucy Worsley
BBC Documentary Pride and Prejudice Having a 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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