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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57 본문
굉장히 사소하다면 사소할 일인데, 나는 동경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닮고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그 사람이 재즈를 즐긴다면 재즈를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것. 지금이야 책을 읽을 때 유튜브를 켜서 아무 재즈 스트리밍 채널이나 켜 놓지만, 그 전에는 재즈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다(물론 지금도 배경음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걸 닮는다고 그 사람이 나를 더 친근하게 대해주거나 그 이상으로 여겨주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그의 눈에 들고 싶어서 필사적이었던거다. 심심풀이로 모바일 어플 타로를 보곤 하는데, 그 때마다 그 사람에 대한 결과는 한결같아서 어쩐지 신뢰가 간 적도 있다.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은 그저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일 뿐, 당신을(나를) 특별하게 여기지는 않는다고 말이다. 깨닫기까지는 한참이 걸렸고, 모든게 지나갔지만 그 사람과 관련한 흔적은 여전히 내게 남아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동경이거나, 친애이거나, 그 이상의 감정이거나. 하지만 휩쓸리면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그런 사람과 조우한 적도 있다. 나한테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노력하다가 제풀에 지쳐선, 그 사람을 신포도 취급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힘든 날도 있었다. 다 지나가고 나서는 우습게 여길 만한 일이지만 반복하는 걸 보면 여전히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서투르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서든, 내가 교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든. 하지만 타인에게서 비롯된 특별함보다는,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을 꽤나 늦게 알아차렸다. 그게 먼저였더라면, 앞선 실수도 저지르지 않았을텐데. 누군가에게 애정을 갈구하며 매달리기보다는, 나부터 돌보며 내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사소한, 음악이나 음식 취향에서부터 어떤 책을 좋아하고, 옷은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는지 알 수 있었을테고--시행착오도 적었을텐데.
좋아한다고 해서 꼭 닮을 필요는 없다. 나는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해서 파고든 무언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여기서 구체적으로 나열하기란 어렵지만). 그 사람에게는 평생 접해보지 못한 것을 내가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서 나를 상대에게 꼭 맞출 필요는 없다. 나는 나고, 내 인생을 조심스럽고 즐겁게 살아가는데 '억지로' 그 사람의 그림자를 내 삶에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우연히 겹친다면 그게 인연일 것이고, 그게 아니면 그거대로 각자 원하는, 재밌는 일상을 보내면 될 일이다. 연이 닿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잡으려다 보면 조급해져서 날 잃게 된다. 그런 일들을 경험했었다.
이런저런 인연들을 잘 정리하고, 잘 흘려 보내고, 나를 단단하게 여미고 살아남기. 이 시간의 끝이 언제 어떤 형태로 찾아오더라도, 순식간에 들어내지더라도 후회가 적도록. 남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행복한 시간이 많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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