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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56 본문
직장은 그렁저렁 해 나가는 중. 사람은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이 있지만 직장에서는 아무래도 친절한 가면을 쓸 필요가 있다. 목소리 톤도 잘 하고 있는걸까, 가끔 의심도 든다. 내가 아는 내 목소리와 다른 사람이 듣는 목소리는 다르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건 기분에 따라서나 몸 상태에 따라서 바뀌는 거라서 잘 모르겠다. 성우들은 대체 어떻게 일하고 있는걸까, 한때 관심은 가졌던 분야이니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관상을 특별히 맹신한다거나 하진 않으나,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행동(특히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성급한 사람은 얼굴에 티가 나는 편이고, 느긋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잘 웃지 않는 사람들은 미소를 볼 일도 잘 없지만 어색하다는 느낌도 든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바람에 풍화되어 가는 바위라고 할 수 있겠다. 평소의 행동이나 표정, 말투가 그 사람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얼굴 근육을 움직여서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입술과 혀를 움직여서 말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읽은 글에서 '좋은 말'을 들은 식물이 잘 자란다고 했었는데, 나쁜 말을 한 식물도 제법 잘 자란다고 했으니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긍정의 제스쳐가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긍정으로 가득찬 사람은 아니라는 말일지도?
일본어는 매주 월~수 아침마다 EBS 반디(라디오 어플)을 통해 잘 듣고 있는데, 운동이 좀처럼 몸에 익질 않는다. 요 며칠 사이 업무적으로 좀 성가신 일이 있었던데다, 주말에 손님(가족)도 다녀가서 일상적인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쌓인 분리수거도 내놓아야 하는데, 안팎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질 않으니 좀처럼 몸이 정상 리듬을 되찾지 못하고 흐느적거리기만 했다.
피아노는 기어이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아직 초반 단계지만 쇼팽의 왈츠를 새롭게 배우고 있다. 혼자 독학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탓일까,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너무나도 귀하고 또 즐겁다. 아마 한두달 뒤엔 새로운 곡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 외워서 치던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는 조금 더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두르려다 여러 마디를 놓쳐버려서 음악 특유의 느낌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원하는 것, 원하는 일을 모두 손에 넣을 수는 없지만 해보고 싶었던 것에 도전하는 일에도 큰 용기는 물론 돈이 필요하다는걸 새삼 깨닫는 30대 중반 어른의 일상이란, 20대 때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이런 직장에 다니게 될 줄도, 그보다 30대 이후의 삶이 찾아올 거라고 막연하게 상상하는 것 조차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있고, 내 삶과 일상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일분 일초가 소중하다. 휴식해야 하는 시간에 뭔가 제대로 된 일(독서라던가)을 하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나 자신을 보고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싶었다. 이번 생은 처음이므로, 좌충우돌 여러 일들이 있었고 또 앞으로도 벌어지겠지만, 그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제 세탁기 다 돌아갔으니 빨래 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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