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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6

alicekim245 2021. 5. 31. 18:00

연재랄 것도 없지만 이 글을 시작하면서, 어째서인지 마감에 쫓기는 작가 기분을 만끽하게 되었다. 매주 월요일 오후 6시에 예약 업로드 되도록 해 놓고, 어떤 때는 3~4편의 글을 한꺼번에 저장해 둘 때도 있고 - 세이브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며 전전긍긍 할 때도 있고. 일도 이렇게 생각만큼 흘러가면(비교적) 얼마나 좋을까.

이전 직장에서의 기억이 슬슬 희미해질 정도로 이번 직장에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심신은 점차 안정되어 간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게 안정인지 무뎌지는건지는 잘 분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만 해도 집 밖에 조금도 나가지 않고,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를 턴답시고 열심히 알감자를 깎고, 이상한 양념(간장, 동결건조 고추 등)을 제조해서 찜닭 같은 닭가슴살 감자 매운양념 조림을 제조해냈다.

레시피는 간단한데, 나는 편식이 워낙 심한 탓에 아래의 재료만을 가지고 조리를 했다:

1. 재료
진간장 2/3컵, 흰설탕 반 컵, 동결건조 청양고추 큐브 세 개, 냉동 마늘큐브 세 개, 냉동 생강큐브 한 개, 동결건조 대파 한 줌, 맛술 2/3컵
닭가슴살 큐브, 알감자(먹고싶은 만큼)

2. 조리방법
감자는 깎아서 손질해두고, 닭가슴살은 잡내제거 흉내를 내기 위해 물+맛술 몇 스푼 섞은 물에 담가둔다.
큰 냄비에 적당히 썰어버린 감자를 넣고, 물을 부어 센 불로 끓인다.
보글보글 끓으면 위에 하얀 것은 걷어내고, 닭가슴살과 함께 미리 제조한 양념장을 들이붓는다.
모두 넣어 한 번 더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센 불을 중간-약불로 줄인 다음 적당히 불을 봐 가면서 10분~20분 졸인다.
끝!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는 넣지 않았지만, 청양고추 큐브가 워낙 매운 탓인지 적당히 칼칼한 맛이 났고 설탕 덕인지 약간 단맛도 났다. 소위 말하는 단짠?
닭가슴살은 만든 당일 바로 먹어버렸고, 감자만 약간 남아서 락앤락에 보관. 길어야 하루이틀 먹으면 없어질 양이다.

한동안 샌드위치만 먹다가, 쌀밥이 먹고싶어서 이것저것 다시 해보고 있는데 그 결과가 늘 비슷한거 보면 사람 습관이라던가 취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그나저나 샐러드를 사다 놨는데 언제 먹지. 내일 아침에 상태 괜찮으면 이놈부터 해치워야겠다.
마트에서 야심차게 사 온 1/4모 두부도 얼른 처리해야 할텐데...고민이 크다. 식재료를 사 놓고 바로바로 소진하지 않으니 요리할 재미도 아주 잠깐 샘솟았다가 없어지는건가?

날이 부쩍 더워졌다. 아마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이전처럼 열심히 돌아다닌다던가, 하지는 못하겠지만 처음으로 이곳에서 맞는 여름이 아주 살짝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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