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서평
- 크루세이더킹즈
- 오블완
- Joseph Ducreux
- Alphonse Mucha
- 모여봐요 동물의숲
- 청소연구소
- 영화
- 티스토리챌린지
- 루이스 사폰
- William Turner
- 사진
- 독후감
- 게임
- Be
- 씨름의 희열
-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 크루세이더 킹즈3
- 조셉 뒤크레
- 동물의숲
- 신비한동물사전
- 모동숲
- 프랑스 화가
-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
- 투포인트호스피탈
-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
-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 마스터오브이터니티
- 베르메르
- 심즈4
- Today
- Total
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5 본문
역시 홧김에 술을 마시는 일은 줄이는게 옳았다. 그럼에도 집에 술을 가져다 두기 때문인지, 마시고 싶어지는 날이 종종 있었다. 불유쾌할 수 있는 안건에 대해 의사를 표할 때 화사한 체 웃어보이는 것은 과연 어떤 성정의 영향인지 알고싶었다.
회피하기 보다는, 거기 그냥 오도카니 서서 웃으며 맞이하는 편이 좀 더 멋져 보이기라도 한걸까?
동풍이 분 탓인지, 따뜻해지려던 공기가 일순간 늦가을의 그것으로 바뀌면서 무척 다행이게도 송화가루 날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창문만 열어도 재채기를 할 정도였고, 차에 쌓인 노오란 가루를 성가셔 하던 차에 퍽이나 다행이었다. 무던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건만 꽃가루에 재채기를 한다던가, 남들 다 즐겨 먹는 과일은 잘 먹지도 못하는게 무슨 무난인가 싶었다.
요리책을 뒤적이면서도 좀처럼 사거나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없었다. 입이 짧은 탓이 가장 컸다. 나물은 패스, 견과류도 패스, 딱딱한 것도 패스. 그러다 보니 반찬 종류는 리스트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재빠르게 페이지를 넘길 뿐이었다. 그런다고 다른 것은? 그나마 잘 먹는 것도 아니었다. 이탈리아 사람도 아니면서 파스타를 주식으로 삼다가 이제 쌀밥을 좀 해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건데, 예상은 했지만 나이 먹고도 편식은 좀처럼 바뀌질 않았다. 강요하는 사람이 이제는 더 없으니까 더 그런걸까.
굳이 사소한 이유를 하나 더 덧붙이자면,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반찬이 싫었다. 치아 때문에 단단하거나 질긴 것은 본능적으로 피했기 때문에 두부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반찬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살 때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내 살림을 따로 챙기게 되면서는--김치조차 집에 두지 않을 정도로--찬 반찬은 가급적 피했다. 요리책에서, 일품요리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마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Chat > Daily wri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7 (0) | 2021.06.07 |
---|---|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6 (0) | 2021.05.31 |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4 (0) | 2021.05.17 |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3 (0) | 2021.05.10 |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2 (0) | 2021.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