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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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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13

alicekim245 2021. 5. 10. 18:00

운전을 해서 멀리 나가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꽤 길어지고 있었다. 옆에 사람을 태우는 일에도 꽤 익숙해지는 중이었는데, 역시 조수석에 앉아 바깥 풍광을 바라보지 못하는 건 아쉬웠다. 그럼에도 내 뜻하는 대로 움직일 여유가 생긴 것은 퍽이나 좋은 일이었다. 물론 주차가 좀 어려운 일이긴 하였지마는.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피아노는 잠시 시들해졌다. 클래식이 그래도 좋은데 아직은 귀에 팍 하고 꽂히는 곡이 없었다. 언젠가 TV를 보다 또 그 때의 곡처럼 내게 찾아드는 음악이 있겠거니-막연히 기다릴 따름이다. 우연과 운에 의지하여서.

소설책을 한 권, 읽고난 뒤에는 다시 글이 쓰고 싶어 지더라. 어딘가에서 읽었던 누군가의 실화라던가, 이런 상황에 저런 캐릭터들을 던져두면 과연 어떻게들 행동할까 머릿속으로 그려내면서. 그러다가 든 생각은, 내 상상 속 그 사람들은 단순하고 우직할 뿐 다면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무엇을 할지 빤히 예측되는 인물들이라는 것을.
사람이란 모름지기 겉에 드러나지 않는 미친 일면을 지니기 마련인데, 그런 구석도 주지 않고서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 나 조차도 내가 생각하기도 전에 움직여서 사고를 치곤 하는데, 설령 상상 속의 그들이라도 다를 바가 무엇 있겠나.

생각을 달리 바꾸고, 상황을 전환하고, 다면성을 부여하면서부터는 조금 더 인물들이 흥미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 평소라면 A라는 행동을 할 인물이, 휙 돌아서서 B를 터트리는 그런. 그래야 서사가 진행되고 사건이 터지고, 진전이 되는 것임을 뒤늦게야 깨닫다니.

사람 사는 것이야말로 그런 다면성과 불확실성, 예측 불가의 순간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전혀 뜻하지 않던 일들이 모여 인연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걸 깨닫는 중이다. 다만 마음 속 한 구석에 불안이 남아있는 까닭은, 내 기원에 종속되어 있는 일들이 트라우마에 가깝게 남아있는 까닭인 것도 안다. 극복해야 할 문제고, 나 혼자 살아남아도 괜찮다는 확신이 서야 하는 일이다. 과연 잘 될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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