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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심장이 멈췄다. 누가 진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또렷이 느껴지는 감각이 있었다. 몇 초 뒤면 모든 생체기능이 셧다운되고, 끝없는 암흑으로 떨어질 것이다.다만...이번에는 늘 몸에 지니던 제세동 장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낯설고도 익숙한 마력이 차현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자신을 움켜쥔 채 노려보는 남자의 눈이 마치, 무언가를 강렬히 갈망하는 듯한 눈빛이었다고 생각하며- 차현의 시간이 멈추었다.뭔가 일이 단단히 잘못 흘러가고 있었다. 신제윤에게 공격당하는 것은 예상 범위 안의 일이었지만, 그의 마력이 차현의 체내에 흘러들어오는 순간...차현은 본능적으로 이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힘은 스위치를 다루듯 켜고 끌 수도 없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전혀 문제가..
거문오름의 정상에 오르자, 시원한 3월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잔뜩 헤집어 놓았다. 막 다투고 뛰어나와 속에 가득 차 있던 신열이 차가운 바람에 듬뿍 덜어졌다. 뒤늦은 후회가 몰려들자, 풍경을 뒤로 하고 서둘러 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차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지도 않았는데, 그가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어디예요? "산책 조금 했어요, 이제 들어갈게요." 수화기 너머에서 안도하는 한숨이 들렸다. 방금 전까지 불같이 화를 내던 사람답지 않은 떨림이 새어나와 차현의 마음을 간지럽혔다.숙소로 사용 중인 최수현의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차현을 맞이한건 가운 차림의 신제윤이었다. 그것도 슬리퍼를 신은. 차현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그걸 보고..
화헌미술관 1층 로비는 장엄했다. 바닥은 회색과 흰색이 섞인 이탈리아산 카라라 대리석이었다. 햇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빛이 반사되는 것이, 일부러 찾아와서 로비만을 봐도 좋을 정도였다. 이 미술관의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천장도 아득히 높았다. 3층 높이까지 뚫린 아트리움. 유리 천장으로 자연광이 쏟아져 내렸다. 오후의 햇살이 공간을 가득 채우면,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경탄어린 시선으로 그 빛들을 감상하곤 했다. 덩달아 로비의 소란스러움이 잦아들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빛은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조명을 언제나 능가했다.중앙에는 이우환의 조각이 하나 서 있었다. 『관계항』 연작 중 하나. 거대한 돌과 철판이 조화를 이루었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만들어낸 극대의 울림이 이 작품의 묘..
3월의 델프트는 마치 시간이 멈춰진 듯 했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벽돌집들은 17세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창문마다 새하얀 레이스 커튼이 나풀거리고, 화분에 심은 제라늄이 붉은 꽃을 피웠다. 붉은 꽃잎을 스치는 바람은 청량한 향기를 머금고 거리를 맴돌았다.권차현은 카메라 렌즈 너머로, 창문 사이 비스듬히 스며드는 오후의 빛을 담았다.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보았던 빛, 그의 특별한 눈을 통해 캔버스 위로 옮겨진 독특한 색감 만큼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곳에 서서 똑같은 풍광을 바라보고 있다는 만족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네덜란드에 온 이후 매년 3월이면 이 도시를 찾았지만, 이곳의 빛만큼은 여전히 경이로웠다. 셔터를 누르고,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자- 낯선 골목이 그녀를 둘러..
3월의 오후, 화헌미술관 1층 로비에 햇빛이 쏟아지는 동안, 3층 베르메르 특별전시실에서는 권차현이 또 다른 빛—17세기 델프트의 빛을 재현하려 애쓰고 있었다.신제윤이 도착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화헌미술관 1층 로비는 장엄했다. 대리석 바닥은 회색과 흰색이 섞인 이탈리아산 카라라 대리석이었다. 햇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빛이 반사되는 것이, 일부러 찾아와서 로비만을 봐도 좋을 정도였다. 이 미술관의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천장도 아득히 높았다. 3층 높이까지 뚫린 아트리움. 유리 천장으로 자연광이 쏟아져 내렸다. 오후의 햇살이 공간을 가득 채우면,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경탄어린 시선으로 그 빛들을 감상하곤 했다. 덩달아 로비의 소란스러움이 잦아들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빛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