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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과(과일). 그리고 최근의 식단에 관하여

alicekim245 2019. 7. 10. 16:34

스무살 접어들면서 사과를 먹으면 입술이 아프고, 목이 붓는 느낌이 강했는데 의심이야 했지만 아마도 사과 알러지가 새로 생긴게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알레르기가 없다가도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내 경우가 그런가보다.

사과는 편식이 굉장히 심했던 내가 어린 시절부터 먹던 거의 유일한 과일이었다. 그래서 사과를 위한 진혼곡(???)을 바치기는 어려우니 내 구역질의 역사(???)와 함께 최근의 식단에 대해 블라블라.

나는 지금도 대부분의 과일을 먹다가 구역질을 한다. 맛이 문제가 아니라 질감의 문제인 것으로 판단이 되는데, 딱딱한 편인 배 또는 감은 누가 주면 냉큼 주워먹는 편이나(물론 사 먹지는 않는다), 딸기나 포도, 홍시 등은 입에 넣고 씹자마자 목구멍에서부터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이다(심지어 구역질 하는 경우도 복불복). 빵이나 떡 등에 들어간 작은 조각에도 이렇게 반응을 한다. 가장 최근엔 딸기를 갈아넣은 주스, 그리고 마카롱 버터크림에 들어간 설탕에 절인 딸기에 구역질을 했다(딸기에만 이런건 아님). 윗사람이 주면 더더욱 거절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조금은 먹는 기술을 익혔지만, 내가 살면서 과일을 제 손으로 산 일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인 이유가 바로 근본없는(?) 구역질 때문이다.
구역질이 반복되다 보면 그런 류의 -- 내 경우는 말캉한 것에 거부감이 들어서(구역질하는거 어쨌든 무서우니까) 일부러 피하게 되기는 한다. 
아마 부모님도 이것 때문에 정말 고민을 많이 하셨을거다. 성인이 된지 한참 지난 지금은 강요는 안하시지만, 왜, 애들이 편식하면 늘 어른들이 하는 멘트가 있지 않은가. '골고루 안먹으면 키 안큰다'고.

근데 내 키는 여성 평균보다 조금 큰 170cm다. 편식한다고 키 안크는거 아니다(물론 육류도 안먹는 극단적인 편식은 나도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키는 진짜 유전인것 같다.

말랑한 과일이나, 견과류/건포도가 숨어들어간 빵 또는 떡, 그리고 나물 종류라던가, 여튼 재료가 투명(?)하게 안보이는 음식은 일단 제끼고 봤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급식으로 나왔던 아이스 홍시도 항상 아는 아이들 주고 그랬다. 어차피 나는 안먹으니까, 좋아하는 녀석이 먹어랏! 하는 판단에서였다. 여러가지 음식을 접하는 것이 편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든다. 아이스 홍시는 집에서도 먹어본 적이 없고 나는 곶감/홍시 둘 다 안먹는 쪽이었기 때문에 먹어보지도 않고 사양했었다.

급식 거의 절반은 남기지, 반찬도 엄청 가리고, 과일도 안먹기 때문에 다들 내 키가 중학생 때 25cm나 훌쩍 커버리자(초등학교 졸업 때 145, 중학교 졸업 때 170cm) 빵과 참치캔과 물이 성장의 비결이 아니냐며 놀려대곤 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 댁에 가면 내가 입 짧은 것이 집안에서도 유명했기 때문에 따로 참치캔과 조미김을 챙겨주셨었다(할머니, 보고싶어요). 물은 지금도 음수량이 꽤 많은 편이다. 사무실에 500mL컵을 두고 두번 이상은 리필해 마시고 있으니 하루에 1.5L는 가뿐히 마시는 셈이다.

아무튼 편식이 좋다,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자면 편식이 썩 좋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해 두고 싶다. 영양제가 아무리 잘 나와도 원물(?)에서 섭취하는 것만큼 좋은게 없을것 같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부정적이다. 요즘 왜, 먹방같은거 많이 하지 않나. 음식 먹는게 즐거운 일이라는걸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데 억지로 '먹기 싫은', '먹으면 구역질 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큰 충격으로 남게 될 거다.

각설하고, 나이가 들면서는 같은 양을 먹어도 배가 부르고 살이 점점 찌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언을 받아 식단을 바꾸게 되었다.
드레싱 뿌린 샐러드, 요거트, 연두부, 가끔 과일(바나나) / 주말에는 평범한 식사.
2주째 이러고 있는데 유의미한 체중변화까지는 없고, 왠지 근육이 줄어든 듯한 기분이 든다(...). 운동하러 가야겠다, 운동.
유의미한 변화를 굳이 이끌어 내자면 전체 식비가 비약적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아침에 요거트를 먹고 나오니 출근길에 복통도 거의 겪지 않았고, 샐러드로 점심을 먹으면 배가 고파서 그렇지 그 순간만 물로(?!) 잘 넘기면 퇴근하고 가서 연두부 등을 먹고 운동 가면 딱 가볍게 먹는 루틴의 완성이다. 굶주림에 못이겨 까르보 불닭이라도 해먹는 저녁은 그야말로 fail. 특히 저녁 식사를 신경써야 하는게, 퇴근하고 나서 '으아아아아! 난 맵고 짠걸 먹어야겠어!!' 라는 생각이 들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점이다. 먹을걸로 풀지 말고 건전하게 피트니스 복싱을 하는 걸로 내적 타협을 보기로 했다.

여기서 4~5kg만 빼면 딱 대학교 2~3학년때 몸무게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건강하게 감량하고 싶다. 뱃살도 없애고 싶고(주목적). 무릎이랑 발목 건강 유의하면서 몸을 혹사시켜야겠다(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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