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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신혼여행기, 이우일&선현경(2006) 본문
주 거래 서점인 Yes24에서는 이미 절판된 책이 되었지만, 이 책은 예전에 나온 책을 재발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좋아하는 여행기 중 하나다. 솔직히 이만큼 재미있는 여행기를 찾기가 힘들다. 전부 자기 감성적은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으며 비슷한 사진 싣고 그런 판인데 이우일씨의 정겨운 일러스트(노빈손 시리즈의 팬이면 다 그럴듯), 선현경씨의 재미있는 문체가 돋보이는 책이다. 총 두권 분량이고, 내용도 알차지만 한 가지 단점이라면 제본. 몇 달도 안되어서 1권 앞쪽 두 세 페이지가 떨어져 나가 실종되버렸다.
유럽과 이집트를 아우르는 여행기인데,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여기가 예전에 그런 곳이었나?할 것이고 아닌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펼쳐봄직 하다. 배낭여행이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있고. 무엇보다 다른 평범한 여행기들과 차별화 된 것은 '잘난척'이 없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읽어봤던 여행 수기들은 전부 자신들만의 자부심이 지나쳐서 읽기가 거북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부러움만을 사는 책이었으니까.
선현경씨의 문체는 정말 담백해서, 움베르토 에코보다 훨씬 읽기가 편하다. 이우일씨도, 쿠바 여행기를 읽으면서 느꼈지만 재치가 느껴지는 그림 외에도 글을 쓰는 재능도 상당한 것 같다. 부부유전(?).
정말 이들처럼 느긋하게 여행을 해 봤으면 싶다. 나는 여행지에 가면 여러 도시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들여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아침에는 공원 산책을 하고, 서점을 기웃거려보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이디어를 적거나, 덜 위험한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거나. 의외로 숨겨진 보물들은 그런 순간에 발견되고는 한다. '직감'은 여행할 때 더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부부도, 이집트에서 몇 주를 보내거나 하지 않았던가. 정말이지 기회가 된다면 나도 그러고 싶다. 런던에서의 일주일은 너무 짧았으니까, 다음엔 런던을 거쳐서 옥스포드나 주변 도시에도 가보고 싶다. 다른 나라의 한적한 도시면 더 좋고. 이탈리아의 베니스나, 스위스의 어느 산골 마을이나, 프랑스의 시골 마을이나. 어디든 편안하게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장소라면 좋을 성 싶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왜 여행기를 읽을까? 내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이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을 뿐인데. 기회를 잡은 이들을 부러워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나도 기회를 잡아, 여행을 떠나 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말이 좀 복잡할 뿐이지, 대리만족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세상 모두가 비슷한 경험은 할 수 있어도 똑같은 경험은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무리 같은 시간이 지나고 같은 장소에 도달해도 그 순간순간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물에 발을 담가도 그 물은 절대 같지 않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누군가가 살아온 길을 굳이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고 누군가 말했다. 자기계발서가 제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도 한가지다. 누군가를 따라해서는 결코 자신이 될 수 없기에.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이 부럽고, 이런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 무척 즐거웠지만 결국 내가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한마디 하고 훌쩍 떠나버릴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게 외국이든 한국의 어딘가든,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거나 버스를 타고도 능히 갈 수 있는 곳이거나. 여행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주는 책이란 얼마나 귀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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