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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2005) 본문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진주 귀고리 소녀>. 2007년도에 처음으로 읽은 이후로 줄곧 서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 중 하나이다.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화가인데, 그가 그린 캔버스 안에 갇힌 풍광과 사람들은 언제나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그리트의 묘사대로 '눈을 간질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표현할 수밖에는 없는 그런 감정들을 그의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이 그림에 대하여 알려진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소녀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약간 벌리고 있고, 시선은 화가를 향하고 있다(혹은 감상하는 사람?). 화가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것일까?
그리트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리트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잔잔한 파문들이, 그리고 베르메르가 그녀에게 접근하는 듯 하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하나의 갈등으로 폭발하게 되는데, 여기서 베르메르의 생각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과연 왜 그리트가 그의 그림에 필요했던 것일까? 반 레이원후크의 주장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반 라위번의 관심때문에 어느정도는 그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불명예에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지 진심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그저 '보호'에 한정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아니, 그저 그림 속에 갇혀버린 그리트가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리트 자신이 실감했듯이.
인물들이 다채로워서 좋았다. 제 어미를 똑 닮은 코넬리아나, 아버지의 눈을 가진 알레이디스 등등. 그 외에도 중간에 사라져버린 몇 인물들이 잔상처럼 남아있다. 그리트는? 그림이 완성된 순간 이미 그녀는 자신의 커다랗고 순수한 눈을 잃은게 아닐까.
영화판에서 특히 주목(?)했던 점은 역시 피터 역의 킬리언 머피였는데, 강렬한 그 마스크에 솔직히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내 그림처럼 그려지는 영화의 이미지에 매료되어서 그런것쯤은 문제가 되질 않았다. 오히려 콜린 퍼스가 분한 베르메르와 대조되는 그림이 만들어져서 보는 내내 즐겁기까지 했다. 영화는 원작의 스토리를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으니 꼭 보기를 추천한다.
오래된 책이지만 '진주 귀고리 소녀' 그림이 수 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은은한 잔상처럼 남아있듯 이 책도 그렇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읽은지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그 표현이며 형상을 선선히 떠올릴 수 있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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