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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낙신부, 박미정(2003) 본문
워낙 오래된 책(무려 2003년!)이라 Yes24에도 정보가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내가 애장서로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책이시다(?).
2003년이면 내가 막 중학교에 입학했을 적인데, 그 당시 학교 도서실은 커다란 체육관 맨 아래층에 숨어있는 그야말로 시원하고 은밀하고 비밀한 장소였다. 거기서 이 책을 처음 만났다. 어느 학생의 기증 서적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만 해도 삼국지나, 고전 시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 책 덕분에 그 당시에는 이런저런 자료들을 참 많이 찾아다녔다(물론 지금은 워드파일 하나로 존재할 뿐이지만).
아련한 러브스토리는 어느 순간이나 존재하는 법이고, 민간인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곳이란 장소를 한정하게 되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들이 아우성친다. 작가는 놓칠 수 있던 미세한 부분 - 세설신어에서 존재하는 견희(문소견황후)와 조식(조자건)의 이야기를 - 을 잡아내어 멋지게 풀어냈다. 포로로 끌려와 자신의 가문과 시댁을 멸문시킨 자와 결혼하게 된 견희와, 그런 견희를 안타까워 하던 시숙(시동생) 조식의 감정 서술은 허투루 흘려 보내기엔 애달팠다.
그야말로 금지된 사랑이고 그들의 목숨이 걸려있는 사랑이니 더더욱 그러했다.
둘을 갈라놓는데(?) 큰 공헌을 한 조비에 대해서도 몇 자 적지 않으면 안되겠다. 말미에 서술된 투계편.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다하나 그는 언제나 외로웠다. 제 곁에 사람이 자연스레 몰려들었던 동생 조식과는 달리 그는 사실상의 장자였고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못난 아들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찌 어루만져주길 바라는 상처가 없었을까. '가지지 못한다면 부숴버리겠어,'라는 천박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 그의 상처와 생각은 결코 알아차리기 쉬운 것이 아니다. 이해하기 싫으면서도 이해해야만 하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고 표현해야 함이 옳을까.
역사적 인물들을 두고 있는 이런 이야기에서 역사적 진실을 들먹이는 것은 옳지 않다. 그저 작가가 풀어낸 그 이야기들을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녀도 그도 이제 죽어 묻혀있는 시점에서 왈가왈부하는것은 이래저래 소모적인 일임에 틀림없으므로.
읽는 내내 조식과, 견희와 소화가 너무나도 가여웠다. 특히 소화. 시비의 몸으로 모시는 이를 연모하지만, 그의 눈은 다른데 가 있으니 -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방식은 오늘날의 기준에서 보면 바보천치지만 너무나도 은은하게 다가왔다. 이룰 수 없는 연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유려한 탓에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매일 삼공자(조식)를 모시며 그녀가 했을 생각들이 궁금해진다. 밤 산보를 마치고 돌아와 잠들지 못하는 그에게 밀수라며 죽엽청주를 내밀던 그녀의 마음이 고왔고 한편으로는 애달팠다.
이 책은 한동안 친구를 빌려주었다가 몇 해 전에 다시 돌려받은 책이라 애착이 간다. 내 문체의 시작이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므로 -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럴듯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더불어 읽을 적마다 내가 울던 책이다. 그래서인지 정말 특별한 책으로 간직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읽을 수는 없겠지만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고프다면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고 소심하게 권유해보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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