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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벨아미, 기 드 모파상 본문
펭귄 클래식의 번역은 평타를 치는 편인데(특히 <오만과 편견>의 존댓말이란!!) 나는 다른 어떤 전집들보다 펭귄 클래식의 책들을 선호한다. 페이퍼백이라는 이유 하나때문이다. 한국 시장에는 '책=아름다운 가구' 정도의 인식이 박혀 있어서 페이퍼백으로는 장사가 안된다는 어떤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정도 표지의 책이라면 부담없는 가격에 내다팔아도 될 것 같다. 핸드북 정도가 아니면 책들은 대개 8,500원 ~ 13,000원 사이라 수입이 없는 학생 입장에서는 도서관을 십분 활용하는 수 밖에는 없지마는. 여하튼 펭귄 클래식이 개척하는 페이퍼백 클래식북의 확장은 두 팔 벌려 환영할 만 하다.
기 드 모파상은 중고등학생에게는 아마도 <비계 덩어리>, <여자의 일생>이라는 단편으로 알려져 있을 작가이다. 더군다나 이 책, <벨아미(Bel Ami)>는 로버트 패틴슨 주연으로 영화화도 된 작품이니 그것으로 인해 이 책 자체를 알고 있을 사람도 제법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외모가 빼어난 남성이 사회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지만, 그 내면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캐릭터의 면면을 들여다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이 놈 실물이 어떻길래 여자들이 다 홀리냐'싶을 정도로 여자가 많이 들러붙는다. 정줄 놓고 읽다보면 몇 명인지 세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물론 열 명이 넘는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네 명 정도만 기억하면 되는데, 포레스티에 부인, 드 마렐 부인, 왈테르 부인과 그 딸(솔직히 읽은지 좀 되어서 인물명에는 자신이 없다)이다. 이 네 명의 여인들은 벨아미(조르주 뒤부아)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소설의 후속작이 있었다면 그가 어디까지 올라갔을지, 몰락했다면 어떤 식으로 추락했을지 궁금해질만큼 말미에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겨놓는다.
'만약에?'라는 식으로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이 책을 읽는 것도 또다른 재미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조르주 뒤부아를 빼고는 지극히 적게 서술되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추측'하는 뒤부아의 묘사도 꽤 볼만하다. 사람 심리가 어떻게 다 알아지겠느냐, 하는 자조적인 비웃음에서 시작한 물음이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등장인물들은 다소 신비롭고 흥미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벨아미는 많은 영향력을 끼칠 것 같다. 실제로 존재할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순간에는 전면에 드러나기도 하면서 권세있는 여인들 사이를 오가며 줄다리기를 하고, 자신의 이익을 재면서 냉혹한 면면도 보일 것이고. 범인(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인물이 꽤 넓은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 눈에 띄는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벨아미가 약간은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기 드 모파상 특유의 시니컬한 문체가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친구(Belle Ami)의 이야기를 더듬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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