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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2012) 본문

Reviews/헌내기 사서의 독서기록

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2012)

alicekim245 2014. 5. 7. 18:00
일전에 트위터를 헤매다 이 책에서 골라낸 몇 개의 문장들을 접하곤 줄곧 '읽고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기회가 닿아서 결국 읽고야 말았다. 미스터리 소설은 별로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흡인력이 엄청나서 - 읽기 시작하니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 외에도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게 되었는데 확실히 작가는 자신만의 문체와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더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책이 아니라는 것은 단언할  수 있다.   
 
 이 책은 순서가 있어서, 가장 먼저 바람의 그림자 - 천사의 게임 - 천국의 수인 순으로 읽어야 제대로 이해가 된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천국의 수인>을 먼저 읽는 바람에 헷갈리고 말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훌리안 카락스, 그 이름을 머릿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강렬하고, 초인적인 것은 아마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작가의 도구일지도. 비단 <안개의 왕자>에 나온 미스터 케인, <한밤의 궁전>의 자와할 그리고 이 책의 등장인물들. 조금 헷갈리는 부분은 이 책에서 훌리안 카락스 그리고 푸메로의 차이이다. 과연 훌리안이 정당화 될 수 있는지는 성인군자도 답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 점이 내게 있어서 훌리안 카락스의 존재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일지도. 
그처럼 단백석같은 빛을 내는 캐릭터는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 단편적이어서, 몇 줄 감정을 흘리기만 해도 대강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뻔히 보이는 사람들이 책 속에서 노니는 와중에 그의 존재는 정말이지 특별하다. 다소 꺼려질 수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묘사하고, 철저히 훌리안의 감정을 감추며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입을 빌어 진행되는 스토리. 주된 스토리텔러는 단연 다니엘이겠지만 중간에 누리아나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것이 참으로 괜찮았다.

 
내가 죽는 날, 내 모든 것이 네 것이 될 거야. 꿈만 빼고 말야.
 
두 권으로 나뉘어진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문장. 쉽지 않은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놓지 못했던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바라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정말 가치없는 일, 내가 보기에 -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던 것 같다. 아마 이해할 기회는 얻지 못할 것 같지만. 작가는 참으로 대단한 존재다. 새삼 그걸 다시 느꼈다. 사회상이 언뜻 보이면서도 감춰진 이야기가 무엇일까, 내심 기대하며 미친듯이 읽어내리게 된다. 마지막의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차마 아쉬울 정도로, 그날 밤 잠을 설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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