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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공무원 (7) 본문

Writings/Di 245(BE, AE)

마법사 공무원 (7)

alicekim245 2025. 7. 21. 13:29

7.

차현은 모처럼 기분이 들뜬 상태였다. 평소에도 정시퇴근을 목놓아 부르는 그녀였지만, 신제윤의 업무에 점점 개입하면 할 수록 그놈의 책임감과 의무감 때문에 정시퇴근과 아득한 이별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신제윤이 나서서 ‘제 때 퇴근하도록’이라며 등을 떠민 것이다.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지. 자기는 일도 안 끝났으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찬장을 열었다가, 텅 빈 것을 보고 실망스럽게 문을 닫았다. 편의점에 가서 라면이라도 사서 채워넣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퇴근 직후라, 옷을 갈아입기도 귀찮아져서 차현은 출근복장 그대로, 구두만 스니커즈로 갈아신은 뒤 외투를 걸치고 바깥으로 나섰다.

편의점은 사는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이른바 편세권이라고 하던가, 공인중개사가 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 났다. 새벽에 바퀴벌레가 집에 출몰하자, 퇴치를 위해 편의점에 바퀴벌레 약을 사러 왔을 때 직원과 눈빛으로 나눈 대화가 떠올라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그 가게 앞에, 한 아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입은 옷은 제법 깔끔한 편이었는데, 손은 끈적거렸고 쥐고 있는 작은 플라스틱 카드에는 귀여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마도 무언가 곤란한 일을 겪은 것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카드는 아이들에게 발급되는 체크카드 비슷한 것이었다. 부모들이 용돈 관리와 경제교육을 위해 자녀들에게 준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은 갔다. 체크카드 한도가 초과한 것이려나.

차현은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다가가, 몸을 숙여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무슨 일이니?”
“아.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어린 아이는 당연히 낯선 여자를 경계했다. 차현은 일단 편의점에 들어가서 상황을 묻기로 했다.

“어서오세요!”
“저기, 요 앞에 꼬맹이. 무슨 일 있어요? 집에 못 가는 일이 있으면 신고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이직하기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들은 것이 떠올랐다. 적어도 차현이 보기에, 저 아이는 그 신고 기준에 부합했다. 학대의 흔적은 겉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시간에 아이를 혼자 돌아다니게 하는 부모는 의심해야 마땅했다.

“아, 저 애요? 사탕 하나 사려고 했는데, 엄마가 준 카드에 잔액이 없었나봐요. 괜찮다고 하면서 나가는데…사실 저도 신경이 좀 쓰여서.”
“자주 보이던 아이인가요?”
“음, 네. 꽤 자주요. 삼각김밥 같은걸 자주 사 갔어요. 해봐야 한 번에 이천원 안 넘는 것만 사 가고.”
“부모님이랑은 같이 안 오고요?”
“딱 한 번 본 적 있는데……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부모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엄마 쪽이.”
“아이고.” 차현은 저도 모르게 그런 단어를 내뱉고 말았다. “혹시, 경찰 사정청취 오면 진술 조금 해 주실 수 있나요? 방금 전이랑 비슷하게만 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녀의 조심스러운 협조 요청에, 명찰을 달고 있던 편의점 직원이 결연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안그래도 신경쓰이는데,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모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 편의점–아이지킴이 편의점이라서요!”
“고맙습니다. 혹시 저 아이가 사려던거 알려주실래요?”
차현은 그렇게, 자기가 원래 사려던 라면은 까맣게 잊고–아이가 사려고 했다던 막대사탕을 하나 현금으로 결제한 뒤 편의점 바깥으로 나갔다. 아이는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않고,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있었지만 눈가가 살짝 젖어있었다. 저 기분, 어쩐지 알 것만 같았다. 그건 분명, 어린 아이가 느껴도 좋을 기분은 아니었다.

“이거, 먹을래?”
“엇……아빠가, 낯선 사람이 주는거 먹으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음, 이건 그냥 아는 이모가 준 거라고 하자.”
“......”
“동정하는건 아니야. 나도, 예전에 사탕이 너무 먹고싶었거든.” 차현은 아이의 손에 막대사탕을 쥐어주고는, 그 옆에 털썩 함께 앉았다. 그녀의 눈은 사탕 대신, 맑은 밤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을 담고 있었다. 처음으로 오빠에게 덤벼든 날, ‘감히 오빠에게 덤볐다며’ 피부가 터지도록 허리띠로 매질을 당하고 나서도–그 매질보다는, 그날 봤던 달이 너무 처절하게 아름다웠던게 기억났다. 피부에 남은 흉터가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이모야.”
이모라고 부르긴 하네, 차현은 피식 웃으면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다 멈추었다. 그녀는 아직도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을 싫어하다 못해 무서워했다. 굳이 이 아이에게 비슷한 경험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모는 사탕 왜 안먹어요?”
“너무 먹고싶어서, 성당 수녀님 심부름을 하고 용돈을 받아서 하나 겨우 사긴 했어.” 차현은 아이가 사탕 봉지를 까서 입에 무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어쩐지 코끝은 쨍했다.
“그런데, 오빠가 빼앗아가서 바닥에 던져버리더라. 나는 가질 자격이 없다고 했던 것 같아.”
“나빠요! 이모가 정말 먹고 싶었던거잖아요.” 아이의 꾸밈없는 반응에, 차현은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려는 것을 겨우 눌러냈다. 먹고싶긴 했다. 바닥에 내던저져 짓밟힌, 조각난 사탕을 보면서도 먹고싶단 생각을 그만두지 못할 정도로.
“응. 그런데 결국에 나만 혼났어.”
“왜요?”
“오빠한테 대들었다고. 웃기지?” 차현이 눈물을 덜어내려는 듯 일부러 웃어보였지만, 아이는 사탕을 입에서 빼내고 한 손에 든 채 약간 화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뇨, 안웃겨요. 이모네 오빠 이상한 사람이야. 왜 이모가 먹고싶어한걸 빼앗았는데 엄마아빠한테 안 혼나요? 화나.”
“그러게……왜였을까.” 차현은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아이를 살짝 끌어안았다. 오히려 그 아이가 여린 손을 뻗어, 차현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제서야–차현은 이 아이가 마법사라는걸 알아챘다. 너무 여린 기운이라, 직접 닿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이다.
“사탕 사줘서 고마워요, 이모.”
한참이나 차현을 토닥여 주던 여린 손의 아이가, 먹다 남은 사탕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집에 갈래요.”
“응. 혹시, 있잖아–” 차현은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얇은 남색의 명함을 하나 꺼내 아이 손에 쥐어주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이 연락처로 전화해. 이모가 도와주러 올게.”
그 때, 아이가 씩 웃으면서 대꾸했다. 차현은 살면서 그 미소를 아마도 잊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모, 나랑 같은 마법사죠? 이 종이에서 마력이 느껴져요.”
“......?!”
차현이 당황해서 바로 할 말을 고르지 못하고 뻐끔거리자, 아이는 고개를 깊게 숙여 인사하더니 명함을 소중하게 잡은 채 날아가듯, 제 집이 있는 듯한 방향으로 뛰어갔다. 차현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기사, 서로 못 알아채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할 뻔 했다. 마력을 일부러 감추고 지내지 않는 이상, 마법사들끼리는 싫어도 서로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녀는 아이가 저 먼 지점의 점처럼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정말로 라면은 까맣게 잊은 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별 일 없어야 할텐데.”
그래도 신고센터에 아동학대 의심신고는 간단하게 마쳐두었다. 전화를 받은 당직자는, 일단 접수 후 가까운 센터에 이관하겠다는 약속을 해 주었다. 이 전화 하나로 모든게 해결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계속해서 속을 맴돌았다. 차현은 현관문을 스마트키로 연 뒤, 신발을 벗기 위해 신발장에 잠시 손을 올리고 나서야,
“아, 맞다. 내 라면!”
본래의 목적을 떠올렸지만, 이내 동시에 등줄기를 스치고 지나가는 서늘한 감각에 신경이 곤두섰다.

“위험할 때 쓰라고 준 거긴 하지만–.”
뭔가 틀어졌다. 차현이 마법을 담아 건네준 명함은 아까 아이가 가져간 것 딱 한장 뿐이었다. 그것이, 지금 아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었다. 부모인가? 아마 이상한 명함을 아이가 가지고 들어왔다면, 보자마자 ‘이게 뭐냐’하고 빼앗아 들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학대인지는 알 수 없었다. 차현은 ‘위험할 때’를 알려주는 신호로 그 명함을 건넨 것이었다.
하지만 이윽고 찢길 듯한 고통이 그녀의 전신을 뒤덮자 마자, 차현은 망설이지 않고–명함이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했다.

 

눈 앞의 광경은 굉장히 명료했다.
아까 차현이 사탕을 사 준 아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검은색 모래로 이루어진 실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의 끝에, 은회색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의 형체가 두 개 있었다. 그들의 손끝–정확히는 그들이 쥐고 있는 지팡이의 끝에서 아이를 홀린 모래가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차현은 망설임없이, 그 둘 사이에 끼어들어 아이를 우선 끌어안았다.

팍!

그 순간, 아이와 마법사를 잇는 실이 터지듯 끊겼다. 아이가 헉 하고 숨을 들이키는 것이 들렸지만, 차현은 그것까지는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젠장, 추격자인가?”
“분명 혼자였을텐데?”
목소리는 남자와 여자, 2인조였다. 차현은 이들이 한국말을 쓰고는 있지만, 마법 지팡이를 쓰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한국의 마법사들은 지팡이를 거추장스러워 하는데다 자신들이 구사하는 마법과 맞지 않아 좀처럼 쓰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구성하고 있는 나무는 한국의 관리국에서 허가해준 적 없는 소재였다.

“남의 구역에서 뭐하는 짓이야, 이 새끼들아!”
차현의 손에서 망설임 없이 기절마법이 튀어나갔다. 그들은 노련하게,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을 방어해냈지만 차현은 쉴새없이 두 남녀를 향해 공격마법을 퍼부었다. 물론, 아이를 품 안에 안고 보호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목격자인가? 상관없어, 죽여.”
냉정한 여자의 목소리가 로브 밑에서 흘러나오자, 옆에 선 남자가 다시 마법지팡이를 휘둘렀다. 차현은 손을 뻗어 그 마법을 반사시켰고, 그게 땅바닥에 꽂히면서 콘크리트 바닥이 산산조각났다.

“아동 유괴 미수, 미등록 마법도구 사용, 마법을 이용한 살인 미수, 공공기물 파손–어디의 뉘 집 자식새끼들이야? 한국에 오면!” 차현이 말을 잇다가, 손을 휘둘러 갈라진 콘크리트 조각을 날카롭게 바꾸어 두 사람에게 날리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먼지가 뿌옇게 일어나 시야를 가렸다. “한국 법을 따르라고 안 가르쳐 주더냐! 이 호로자식들아!”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그 먼지구름 사이로 초록색 섬광이 정확하게 차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피할 새 없이 차현의 명치에 그 마법이 명중해 들어오자, 그녀는 컥 하고 밭은 숨과 함께 다량의 피를 토해냈다. 몸 속으로 들어온 마법이 차현의 마력을 엉망진창으로 흩트려 놓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녀의 몸은 고꾸라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분명했고, 이깟 일로 쓰러질 수 없었다.

“명중인가?”
남자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차현은 속에서 견디기 어려운 쓰라림과 통증을 느꼈지만,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일부러 마력을 감췄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린 다음–

“커헉!”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뒤, 그대로 팔을 결박해 바닥으로 얼굴을 쳐박았다. 신서율이 봤으면 ‘쟤 또 저런다’며 아마 이마를 짚었을 광경이었다. 마법사가 마법만 사용하라는 법 있나? 차현은 와중에 자기 품에서 잠시 떨어진 아이가 무사한지 확인하며, 속이 쓰라린 가운데에서도 아이에게 우선 보호마법을 걸어주었다. 마법을 거는 순간 다시 피를 토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남자를 결박한 뒤, 여자를 제압하기 위해 바람을 일으켜 먼지구름을 싹 가라앉히자–
여자의 로브 사이로 길다랗고 빛나는 금발 머리카락이 흘러내린게 보였다.

라푼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금빛 머리카락은 처음이라, 차현은 순간 넋을 놓고 그 색깔을 바라보기만 할 뻔 했다. 그때, 여자의 손끝에서 지팡이가 움직였다. 지팡이 끝에 있는 사람은,
“이모는 안돼!”
남자를 제압 중인 차현의 앞을 막아 선, 여린 손으로 그녀를 위로해 주던 아이가 양 팔을 펼친 채 그녀를 지키기 위해 나서 있었다.

지팡이 끝에서 서늘하고도 파란 섬광이 번뜩이던 그 순간, 차현은 마법으로 아이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고 눈을 꼭 감았다. 두 번째 공격은 버티지 못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눈 앞에서 아이를 죽게 두느니, 그녀가 다치거나 죽는 것이 나았다. 하지만, 차현은 죽지 않았다. 아이의 몸에서는 아직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두 사람에게 드리워지는 긴 그림자가 있었다.

“혼자 버틴 것 치고는 나쁘지 않군, 권차현 주무관.”
“본부장…님?”
차현은 등을 지고 있어서 그가 누구인지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를 듣고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뭐 하다가 이제 왔–”
원망의 말을 잇기도 전에 목에서 피가 울컥 하고 튀어나왔다. 오히려 차현 품에 있던 아이가 차현을 양 팔로 끌어안아 등을 두드려 주었다. 제윤은 그 둘을 흘끗 보더니, 차현이 결박해 놓은 남자는 곧이어 도착한 신서율에게 맡긴다는 듯 금발 머리의 여자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내 눈에 띈 이상 살아서 이 나라를 빠져나갈 수 있을거라 착각하지 마라.”
하지만 그의 선언과 동시에 여자가 눈앞에서 순간이동으로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그가 마법으로 한 움큼 잘라낸 그녀의 금빛 머리칼이 툭 하고 떨어졌다. 신제윤은 그걸 허리를 숙여 줍더니, 곧이어 도착한 처리과 직원에게 넘겼다.
“아직 마력이 연결되어 있을거다. 멀리 가진 못했을테니, 찾아내. 그리고 DNA 분석을 ARCANE에 의뢰하도록. 유럽 쪽 마법사일 가능성이 높다.”
“네, 본부장님!” 처리과 직원이 물증을 분석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 뒤에야, 신제윤은 차현에게로 돌아섰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차현을 감싸는 사람이 있었다.

“너 괜찮냐?”
“과장님, 이 애부터.” 차현은 입가에 피가 아직 흥건한 와중에도, 자기가 보호한 아이부터 서율에게 넘겼다. 아이는 차현에게서 쉽게 떨어지려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손을 뻗어 새끼손가락을 걸고 귓속말로 뭐라 속삭이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율이 데리고 온 처리과 직원을 따라나섰다.
“마력이 엄청 튀는데. 일어설 수 있겠어?” 서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차현을 부축해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에게 겨우 기대어 휘청거렸을 뿐 무릎조차 펴지 못했다.
“아직 이혼도 못해봤는데 여기서 죽다니.” 차현이 실없는 소릴 했지만, 서율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 때, 신서율을 찾기 위해 처리과 직원이 그 쪽으로 뛰어왔다. 제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차현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권차현 주무관은 내가 병동으로 데려가지.”
“어, 어? 알겠어. 부탁할게.”  신제윤은 더는 서율이 차현을 만지는 걸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차현은 그 와중에도, 이제는 신체가 버티는데 한계에 달했는지 입가에 미소마저 띄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흡사 술에 취한 듯한 모양새였다.
“권차현.”
“본부장님–” 피 묻은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아주자, 차현이 배시시 웃었다. 신제윤은 무모한 짓을 했다며 당장 다그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그녀의 몸을 번쩍 안아들었다. “추워요. 어지럽고, 잠도 오고…”
“병동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잠들지 마라.”
“노력은 해볼텐데요오, 안될지도 몰라요.”
“실없는 소리.”
차현이 힘겹게 팔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는 바람에, 피냄새와 함께 그녀의 온기가 제윤의 몸에 닿았다. 그리고 그 온기가, 아주 빠른 속도로 식어가는 것도 느껴졌다. 제윤은 이 아찔한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며, 병동으로 이동했다. 현장 수습보다, 그에게는 지금 차현을 살리는게 먼저였다.

 

코 끝에 가벼운 소독약의 냄새가 감돌았다. 차현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흰 천장을 보며, ‘드디어 죽은건가’하고 생각하다가 그걸 입 밖으로 내뱉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와 동시에, 한심한 듯 자기를 내려다 보고 있는 신제윤과 눈이 마주쳤다.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는데, 신제윤이 차현의 쇄골을 검지손가락으로 가볍게 누르며 그녀를 다시 눕혔다.

“아직 움직이지 마라.”
“본부장님이 계시는 걸 보니 사후세계는 아닌가보네요.”
“살아있기는 하지.” 제윤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아니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여기 있기를 바랐나?”
차현은 이 투덜거림이 평소의 신제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했지만, 그보다는 막 정신이 돌아온 탓인지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것 부터 이겨내느라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마력이 불안정하다. 회복하려면 일주일은 걸린다는군. 충분히 회복하고 복귀하도록.”
“아이는요?”
“깨어나자 마자, 본인보다 남을 걱정하나.”
“제가 다친 이유잖아요?”
“견딜만 한가보군. 나한테도 따박따박 대꾸하는 걸 보니. 아이는 무사하다. 네가 직전에 아동학대 신고를 해 둔 덕분에, 부모에 대한 조사가 들어갔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들을 수 있겠나?”

차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윤이 공중에서 보고서를 불러냈다. 그런데 보고서에 적힌 날짜가 이상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날짜에서 나흘이나 지난 보고서라니?

“본부장님,” 이제 막 말을 시작하려는 신제윤을 그녀가 가로막자, 그가 한쪽 눈썹을 미세하게 올렸다. “저 혹시 며칠이나 못 깨어났나요?”

그러자 신제윤이 차현의 면전에서 후욱-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보고서 표지를 넘기는 것이 아닌가.

“사흘.”

“네?”

“내가 병동에 옮겨주고 나서, 사흘이 지났다. 오늘은 네가 쓰러진지 나흘 째 되는 날이다. 치료사들이 붙었지만 차도가 없었지. 그보다, 지금은 그 사이 벌어진 일부터 알려주겠다. 업무 복귀하려면 필요할거다.”

그러고보니 몸 속에서 강렬하게, 신제윤의 마력이 느껴졌다. 치료를 했는데도 차도가 없으니, 신제윤이 직접 마력을 순환시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게 바로잡아 준건가? 하지만 차현 역시, 그 대답보다는 벌어진 일들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신제윤이 정리해서 알려주는 사건은 차현의 예상보다 꽤 복잡했다. 복지부와 연관되어 있었고, 관리국에서 최근 주시하고 있는 아동 마법사 납치 사건과 무관하지 않았다. 신제윤은 일전에 복지부에, 위장 명단을 배포한 적 있었다. 교묘하게 받는 사람의 상황에 맞추어, 자기 자식들의 이름을 넣어놓은 명단.

명단을 받아 본 공무원들은 자기 자식이 마법사란 생각을 하게 될거고, 외부 유출과 상관 없는 사람은 아이가 마법사인걸 어떻게든 감추려고 할 것이지만–그렇지 않다면 명단을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것이라는게 신제윤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악의 형태를 차현이 목격한 것이었다.

“나는,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성은 유지하길 바랐다.”

제윤은 옆에 놓여있던 물컵의 물로 입술을 가볍게 적시며, 설명을 이어갔다.

복지부에는 일부러, 가장 비참하게 사망한 마법사 아동의 사례만을 공유했다. 그런데도 ‘유괴’사건이 벌어졌다. 차현이 보호한 아이의 부모는 둘 다 복지부 공무원이었고, 친부는 도박, 친모는 유흥에 빠져 막대한 빚을 지고 있었다. 이미 외부에 마법사 아동 명단을 유통하고 있어 그 댓가로 받은 자금을 흥청망청 쓰다 막바지에 몰린 상황에, 신제윤으로부터 자신들의 운명을 가를 종이를 받은 것이다.

“자기 자식 이름이 들어있는 것을 안 순간, 망설임이 없었지. 내가 그 명단을 언제 배포했는지 기억하나?”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어요.” 차현은 어질어질한 가운데서도 그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윤상규 팀장이 더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탐했던 날이었으니까. 제윤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펠 오르비스,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
“IWC 의제 논의 당시 처음 접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마법사 연구 단체이지만, 실제로는 마법사 인신매매에 협력하거나 비인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실체란 정보들이 돌고 있다고 하셨죠.”
“한국에도 그들이 존재한다. 관리국에서 주도면밀하게 감시하고 있지만, 최근의 흐름–그리고 그 부모가 받은 몸값을 담았던 가방의 각인으로 확실해졌다. 이번 유괴사건은 펠 오르비스가 관여한 것이고, 그래서 네가, 한국과는 다른 방식의 저주마법에 당한거다.”

차현은 갑작스럽게 머릿속에 쑤셔넣어지는 정보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려고 애썼다. 펠 오르비스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굉장히 단편적이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어린아이를 물건처럼 다루는 조직에 호감을 가질 일은 없다는 것.

“아이를 팔아치우려고 했던 부모는, 몸값을 담은 가방에서 돈이 송두리째 사라진 걸 보고 곧바로 경찰에 자수했다. 무슨 죄목인지 짐작이 가나?”
“자수라면, 아동 학대겠군요. 아이 몸에 흔적이 남아있었을테니. 영양 상태도 의심스러웠고요. 인신매매에 의한 형량이 더 셀테니, 나름 전략적인 판단이네요. 아이가 보호받고 있다 해도, 그 부모에게 자백을 받는게 불가능할텐데요?”
“민도언 의원의 협력을 받았다. 아동학대가 아닌 아동 매매에 대해 자수를 받았지.”
“설마–.” 차현이 의혹의 눈초리로 제윤을 보았으나, 그는 보고서에 시선을 둔 채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길 뿐이었다.

“하지만 복지부 내에, 정보 유출자를 전부 찾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서 한동안은 잠잠해지겠지. 정보 유출자도, 정보 구매자도. 네가 혼수상태였을 동안 벌어진 일은 이 정도면 충분히 공유가 된 듯 한데.”

제윤이 보고서를 착, 하고 덮더니 침대 옆 콘솔 위에 휙 던져좋고는 차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차현은 그의 눈에 어쩐지 황금빛 분노가 일렁이는 것을 본 것만 같았다.

“나에게, 할 말 없나.”

“어–” 이 사람에게 할 말? 차현은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하지만 또렷한 정답은 떠오르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대답해버렸다. “나흘이나 업무에 차질을 빚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그게, 지금, 할 소린가.” 제윤이 끊어지듯 단어를 나열했다. 뭐야, 이 사람 왜 이러지? 차현이 당황하기도 전에, 신제윤이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부서트릴 것처럼 세게 쥐었다.

“두 번 다시 네 눈을 보고 대화하지 못할까봐, 얼마나–”

“본부장님,”

“–마음을 졸였는지.”

차현은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귓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신제윤의 말만 들렸다. 마음을 졸였다는 그 말에서 그의 진심이 드러나 있었다. 차현이 여태껏 신제윤과 함께 일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절박함이었다. 감정을 잘 내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그였기에, 아주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지금 자기 때문에 흔들렸다는 걸. 처음 만났을 때 얼음이 아니라 무슨 대리석같았던 그의 얼굴이, 권차현 때문에 금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권차현.” 이제는 그의 손이 차현의 두 뺨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겹칠 만한 거리에서, 신제윤이 부드럽고–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한다.”

“......”

“그러니, 그만 힘들게 하고 내게 와라. 내가 졌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으면 머릿속으로 온갖 종들이 울려퍼지고 장미꽃잎이 휘날리는 이펙트가 보일거라고 영화를 보면서 상상만 해 봤었는데, 방금 전 제윤의 진심을 그의 입으로 들은 차현은 정말 이명이 들리는 것처럼 귀에서 삐–소리만 들렸다.

이윽고 그의 입술이 차현의 입술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제윤에게서 나온 마력이 차현의 몸 속에 흘러들고 있었다. 깨어난 직후부터 어지럼증을 계속 느껴왔던 차현은, 시원함마저 느껴지는 그의 마력을 한껏 받아들이기 위해 입술을 열고, 제윤의 아랫입술을 혀로 살짝 핥았다. 입술만 닿아있던 키스는 이내 서로의 혀를 얽는 진한 입맞춤으로 이어졌고, 차현은 제윤의 몸이 자신의 위로 덮이는 것을 알고도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마력에 대한 갈망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도 이제 그를 원하며, 팔을 뻗어 제윤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떨리는 손이 환자복의 단추를 푸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차현이 제윤의 혀를 더욱 세게 빨아들이자 그의 크고 따뜻한 손이 황급히 아래로 향했다.

 

다섯시간 뒤.

VIP 병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던 수간호사는, 넥타이는 온데간데 없고 셔츠 단추는 두 개나 풀려있는 흐트러진 차림의 신제윤 본부장을 보고도 자기 본분을 잊지 않았다.

“본.부.장.님!!!! 안에 계신 분은 환자예요! 막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구요!”

“......” 간호사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다섯시간이나 방해금지 마법 걸어놓고 대체 두 분이서! 아니, 아무리 젊은 남녀 둘이라지만 다섯시간이나! 대체!”

“환자는 내일 퇴원수속 밟게 하겠다.”

신제윤은 자기 할 말만 마친 뒤, 잽싸게 수간호사의 외침을 외면하고 도망가버렸다. 간호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병실로 들어갔다. 너무나도 강렬한 밤꽂향이 병실 안을 채우고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권차현은 병실 침대에서 얌전히 이불까지 덮고 잠든 상태였다.

“요새 젊은 양반들은 정도라는걸 몰라!”

하지만 그녀의 손은, 잠든 차현의 이불을 흐트러지지 않게 바로잡아주었다. 서양의 저주마법은 깊고 강력했다. 마력은 어느정도 회복된 듯 보였지만, 몸에 남은 상처는 꽤 오래 갈 것만 같았다. 가끔 각혈할 거란 사실이 눈에 뻔히 보였는데, 그런 환자와 다섯시간이나 섹스라니. 그녀는 자기가 겪은 이 대사건을 함구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마를 짚었다.

“차현 씨. 당신 진짜 죽을 뻔 했어요.”

신제윤이 마력을 넣어주면서 일부러 덮어버린 모양이지만, 막 병원에 실려온 차현에게는 흉터가 될 수도 있는 저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강력한 마법이었고, 솔직히 이걸 맞고도 멀쩡히 살아있는걸 학계에 보고해야 할 정도였다. 그저 운이 좋다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하지만 살아남았으니 그걸로 만족하는 수밖에. 신제윤에게 ‘권차현이 맞은 저주마법과 그 생존자의 마력흐름 분석’ 이런 주제로 연구를 해 보고 싶다고 했다가는, 다섯시간이나 품에 안을 정도로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 여자를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것만 같았으니–의학적 호기심은 접어두는 것이 맞았다.

간호사는 병실의 조명을 살짝 낮춘 뒤, 너싱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환자의 퇴원을 위한 준비를 할 후배 간호사들이 놀라지 않게 밤꽂 향을 지울 마법약을 찾아야 했다.

 

나흘 전, 위치를 알 수 없는 지하 연구실.
전등 하나. 금속의 냄새. 의자에 사지가 묶인 여자가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 앞에 흰 연구가운을 입은 남자가 섰다. 천천히, 부드럽지만 무심하게—그의 손이 여자의 뺨을 거칠게 올려쳤다.

“왜 명령하지 않은 단독행동을 했나.”
“……런던의 명령이었어.”
“런던, 이라.” 명료한 대답을 들은 남자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가, 이내 묶여있는 여자를 향했다. 그의 손끝에는 날카로운 메스가 들려 있었다. 메스가 살짝 움직이는가 싶더니, 여자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로브를 들추고 그 아래 감춰진, 밝은 금색의 머리칼을 드러냈다.
“여전히 의심이 많은 족속들이야. 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본인의 위치가 어딘지 한참이나 모르는가본데?” 여자가 비꼬듯이 대꾸했지만 남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칼을 움직여 여자의 긴 머리칼을 잘라냈다.
“연구 재료로 조금은 쓸 가치가 있겠지.”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목덜미에 칼을 대고 살며시 그었다. 피부가 갈라지며 그 틈새로 피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여자는 서늘해진 죽음의 감각에 드디어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내가 본 걸 말하면 날 살려둬야 할걸?”
“어떤 정보라도 내가 평가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냉정하게 대꾸한 남자가 이제는 여자의 옷을 거칠게 벗겨내더니, 쇄골 위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조명 하나 뿐이었어도 그림자 너머로 여자의 풍만한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당장 무슨 짓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 분위기에 평온한건 여자를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는 연구 가운을 입은 그 남자 하나 뿐이었다.

남자의 차가운 손끝이, 바짝 선 유두를 건드렸다. 여자가 반응하지 않으려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어지는 관능적인 손놀림에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이 상황에서도 이런 몸 상태라니, 본부에서 들리던 소문이 어느정도 맞나보군. 원하는 지위를 손에 얻은 대가가 고작 이거란 후회는 안드는건가.”
“으읏–.”
“쾌감에 져서 말할 의지도 상실했나. 가엾게도.” 남자가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손을 떼자, 여자가 헐떡이며 말했다.
“섀넌의 즉사마법을 맞고도 살아남은 여자가 있다. 날 살려주면, 그 여자가 누군지 말해줄–.”

“특수인원관리국 총괄본부장 직속 비서겠지. 내가 그 정도도 모를 줄 아나?”
“--!”
퇴로가 사라진 여자의 동공이 확장됐다. 남자는 아직 그녀의 피가 묻어있는 메스를 혀로 핥으며,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 눈가는 휘어져 웃는 듯 보였지만 입은 일자를 그릴 뿐인 그의 얼굴을 본 여자는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 했지만, 자신의 가슴을 거칠게 움켜쥐는 남자를 밀쳐낼 수 없었다.
“다시 내 눈을 바라보게 될 때, 너는 네가 아니게 될거다. 꽤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 즐겨주다가 내 실험 재료로 삼아줄 생각인데. 뭐, 나의 여신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지만.” 그리고 이어진 그의 달콤한 귓속말에, 여자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의 실험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Fais de beaux rêves, Marie.”

 


현재 수정 중인 챕터라 변경될 수 있음!(백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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