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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9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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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96

alicekim245 2024. 12. 30. 19:34

한동안 그 영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어제 오전부터 TV를 틀면 종일, 내내, 그 영상뿐이어서 결국 TV를 꺼 버렸다. 어째서 언론들은 사람들의 비극에 그토록 기뻐하며 온갖 기사를 내는걸까.

업무적으로도 조금 힘든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입술에 물집이 잡혔다. 업무 외에도 며칠 전 장거리 이동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체 일상생활을 했지만 누적된 피로를 몸은 그예 '나 아프다'하고 표를 냈다. 푹 쉬려던 어제, 그 일요일이었는데.

상장(喪章)을 단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유가족이나 관계자는 아니지만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었다. 그 마지막 순간 영상을 우연찮게 봤는데 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왜 하필 그걸 봤을까. 하필이면, 그 순간을. 잘못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하지만 지금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가족에 대한 위로일 것이다. 누가 얼마나 보상을 받느니, 그런 것은 조금도 알고싶지 않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힘써주었으면 좋겠다.

락스를 만진 손을 미처 씻지 못하고 파프리카 썬 것을 주워먹었더니 손에서 락스 냄새가 빠지질 않는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 탈이 없다.

이제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조금씩 부담스럽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갈 수록 내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걸 느낀다. 예전의 그럴싸한 총명함과 창의력은 돌아오지 않겠지. 그럼에도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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