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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85 본문
벌써 7월이라니. 오늘이 1일인 만큼 달력도 7월로 돌려놓고, 해야 할 일이 많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예 내가 한 일은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 운동을 하고(이도저도 귀찮을 때는 빅시스의 13분 숏 프로그램이 최고다), 씻고, 달걀 두 알을 먹은 뒤..."전화영어" 테스트를 받고, 화장을 대충 한 뒤 오랜만에 데스크탑 앞에 앉은 것 뿐이다.
거창하게 '그예'까지 붙여봤지만 결국엔 처음 전화영어를 하고 눕지도 못한 채 이불킥을 하다가 황급히 현생으로 돌아와 출근준비를 거의 마쳤다는 이야기다. 알아듣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적절히 말하는게 여전히 어렵다. 이걸 능숙히 해 낼 정도면 내가 이런 직장이 아니라 저런 직장에 가서 얼마든지 해외를 누비며 살고 있었겠지. 사람에겐 여러번의 선택할 기회가 오는데, 그걸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는 기회는 특히 10~20대에 오는 것 같다. 정착을 해 버린 사람에게는 인생을 극적으로 바꾼다기보다는, 여기서 조금이나마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니면, 덜 나빠지도록 하는 선택지가 생긴다거나(다량의 지출을 수반한).
베개에 머리만 눕히면 곧잘 잠드는 나지만, 해야 할 일이 있을 때--특히 아침에 뭔가를 해야할 때 한시간 간격으로 깨곤 한다. 오늘은 아침 7시에 전화영어 레벨테스트가 있다는걸 엄청나게 의식하고 있어서, 한시간 간격으로 깨는 바람에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다. 그나마 최근에 원통형 베개로 바꾸고 나서는 뒷목이 하루종일 날카롭게 아프다거나 어깨가 아픈 일이 줄어들어서 다행이긴 하지만...자세에서 오는 통증인데 자세를 쉬이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 편안한 자세를 좇을수록 더더욱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는걸 알고 있어도 당장 몸이 편해야 하니 안좋은 자세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주 내내 비가 온다더니 어제는 해가 잠깐 비쳤고, 오늘은 하루종일 맑을 태세다. 덕분에 창문을 활짝 열어둘 수는 있었지만 습도가 무섭게 치솟는걸 보면 걱정은 된다. 여름이 나기 힘든 이유는 더위와 습기다. 샤워를 하고 나면 내 몸은 보송해진다지만 온 집안에 스며든 습기를 걷어내는데는 품이 조금 더 든다. 작년에 넣어두었던 습기제거제를 새 것으로 교체해두고,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세탁이불(크린토피아는 수,토요일에 이불 20% 할인)을 받아 장롱에 보관해야지.
사실 지난주에는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한 번 손대봤다가 어제 오후 무렵 현타가 쎄게 와서 냅두었다. 던파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한 번 들어가보고 바로 지웠는데,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졌다. 알아두어야 할게 많아지는건 30대 넘은 플레이어에게 썩 좋은 일이 아니다.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게임은 PC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충분하다. 대신 십년 전 GE를 하면서 누볐던 풍경을 다시 보니 다소 반갑기는 했다. 바이런 퀘스트를 하다가 그만뒀으니 키엘체까지는 들어 가봐야 하나. 그 이후로도 퀘스트가 계속 업데이트 되긴 했지만 내 기억은 키엘체에서 끝나있다.
한 해 절반을 훌쩍 넘겼는데, 나는 과연 예전보다 얼마나 더 나아져 있을까?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지금을 즐기는게 역시 좋은걸까. 시간이 언젠가 나를 데려갈거라면, 최선을 다해 즐겁게 웃어보일거다. 내가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게 살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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