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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82 본문
뭐라도 써야, 필력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아서 붙들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
의외로 소소한 부분에서 즐거움을 찾을 때가 있다. 가령, 고심해서 구입한 핸드워시의 향이 내 생각보다 상큼해서 기운을 북돋아 준다던가, 충동구매한 물건이 갑자기 쓸모를 찾을 때라던가. 급여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말 갖고싶은 물건 한두가지 정도는 눈 꼭 감고 카드를 내밀 수 있는 삶을 찾기까지 여러 여정을 거친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내게 앞으로 몇 번의 봄과, 겨울이 찾아올까?
본가에 다녀오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익숙한 듯 스쳐 지나가는 일상도, 언젠가는 소중한 기억이 되어 떠올리게 될 터다.
모처럼 구미에 맞는 일본어 공부 서적을 찾았다. '유하다요의 10시간 현지일본어'라는 책인데, 어차피 내가 일본어를 배우는 목적은 나중에 여행을 떠났을 때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으로--구미와 목적에 딱 맞는 책이라 하겠다. 눈으로 한 번 읽고, 소리내어 읽고를 반복하다 보면 머릿속에 자연히 입력되겠지, 라는 안일함(?)으로 1챕터부터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나는 영어를 배울 때도(특히 단어) 문장을 읽으면서 습득하는 편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주요한 단어가 입에 착 붙질 않아서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도 하다보면 입에 붙겠지? 고교생 때 히라가나만 배우지 말고 가타카나까지 배워두었어야 했는데, 뒤늦게 외우려는 이 문자는 쉬이 머릿속에 입력되질 않는다. 결국 글자 하나하나 외우기보다는 단어를 보면서-읽으면서 배우는 방법을 택했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손바닥이 부쩍 건조해지는 것을 느낀다. 핸드크림의 소모량이 이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예전에는 고운 손이었나--회상을 해 보니 나는 어릴 때부터 손등에 사마귀가 가득해서 예쁜 손이란 기억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기하게도 성인이 되고 나서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심즈4를 오랜만에 다시 켰다. 구미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하고, 이번엔 목가적 삶을 즐기고 싶어 노령의 말을 하나 입양해 승마도 해 보고, 과즙도 팔아보고 하는 중. 체스넛 리지에 거주를 하니 로베르토 씨가 언제 오던 간에 과즙을 내다 팔 수 있는데다, 말을 소유하고 있으면 공동체 일거리를 하면서 집세를 벌 수 있으니 여유있는 플레이가 가능했다. 더군다나 어느 확장팩에 있는지 모를 4대조 유산 이벤트(이건 조건이 뭐냐고 묻는 순간 거금이 들어옴) 덕분에 풍력발전기와 이슬채집기까지 설치했으니, 집세와 공과금이 어디까지 절약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을 듯 하다. 모처럼 집중하면서 게임을 했다.
연휴가 끝나고 이제는 일상이 된 직장생활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를 다시 살피는 며칠간이 되었고, 이틀 힘내면 또 쉴 수 있으니까 기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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