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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8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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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87

alicekim245 2024. 7. 28. 20:32

요새 GE를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 키엘체까지 시나리오 완료 후에는 못해둔 영입퀘스트를 몰아서 하는 한편 집안일을 해야 할 때는 카스티야 신전에 가서 킵을 해 두는 식으로.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매력은 여러 캐릭터의 조합을 보는 것이랄까.

아침에 도저히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오전 7시부터 28도라니, 이 날씨에 평소처럼 걸어 나갔다가는 삽시간에 어지러움에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았다. 최근 체력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더위에 대책없이 나가는 일은 굉장히 무모하다.
그래서 오전부터 쉬엄쉬엄 한 일이, 부엌의 기름때를 싹 지우고 하는 김에 부엌 싱크대를 깔끔하게 닦은 것이다. 연마제 역할을 하는 치약의 도움을 받아, 기름때를 벗겨낸 뒤 키친타올과 물티슈로 마무리를 했다. 찌든때를 지워준다는 전용 티슈가 있긴 해서 그것도 써 봤지만 지금 글을 쓰는 저녁 시점에서는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름때를 지웠다는 것에 의의를 둔 작업이었다. 그밖에 욕실 청소나, 바닥의 물걸레질을 했다. 오늘은 이상하게 조금만 두면 집 안의 습도가 65~70%까지 확 올라가서, 소파에 앉아있다 보면 습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세탁기도 열심히 돌렸다. 수건, 얇은 이불, 그 외의 빨랫감은 손으로 세탁하고 나니 진이 빠졌다. 이것저것 치우고 정리하고 하다 보니 허리가 다 아팠다.

오른쪽 발바닥에 통증이 생겨서 며칠간은 트레드밀 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가는 헬스장의 트레드밀 경쟁이 치열해서 한 번은 새벽에 나가봤는데, 몸이 덜 풀려서 그런지 뛰는 일도 제대로 못했고 저녁에는 더욱 피곤했다. 그렇다고 저녁에 가자니, 자리가 늘 있는 것이 아니라 괜히 짜증만 더 났다. 결국 20분 가량 하는 홈트레이닝 영상으로 돌아가야 하는걸까? 그걸로는 체력이 늘어난다기 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만 될 것임을 안다.

살림과 관련한 책을 두 권 읽었다. 세탁이나 정리하는 요령을 여전히 글로 읽는 30대라니. 그래도 읽는 틈틈이 생활에 적용해보려고 노력은 했다. 일본 실정에 맞춰진 것이라 적당히 넘어가면서 읽긴 했지만, 요새는 오전 6시에는 일어나는 편이므로 아침에 바닥 물걸레질 하는 일은 도입해봄직 하다고 생각했다.

7월이 벌써 다 지나간다. 누군가 그랬는데, 내 시간은 내 나이만큼의 속도로 지나간다고 했다. 저녁이 다 되어 글을 쓰려고 서재에 들어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달과, 몇 번의 가을이 내 인생에 남아있을까. 그걸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매 순간 즐겁고 신나게 살려고 노력한다. 집안 살림을 정리하고 살피는 일도, 그러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본의 아니게 PC를 두 대 사용하고 있는데, 이전에 잘 사용하던 것이 보조 PC가 되었다. 자주 손을 대지 않으니(게임에 미쳐서?) 키보드며 마우스에 먼지와 기름때가 눌러붙었다. 글을 저장하고 나면 그것부터 처리해야겠다.

한동안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뾰루지가 종종 올라오는 것을 보고, 몸 상태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알았다. 보통 여드름이 나는 부위를 보고 상태가 안좋은 장기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상세한 것은 잊어버리고 저 사실 하나만 머릿속에 남아있더라.

살림 관련 책을 사면서, 늘 읽으면서 울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JM 바스콘셀로스)"를 양장본으로 샀다. 사실 다른 무언가를 사려다가...아마도 낡아 헤진 여름원피스를 2주째 주문해 두고 기다리다가 포기한 뒤, 어차피 다른 원피스가 있으므로 그 돈으로 차라리 오랜만에 책을 사자--는 의식의 흐름으로, 그동안 소장하고 싶었던 책을 산 것이다. 아직 읽진 못했다. 글 쓰는 일은 그나마 제대로 하는 것 같은데, 요즘 다른 사람의 글을 읽거나 말을 들을 때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어디선가 듣기론 조현병의 초기증상이라 했는데, 부디 그것만은 아니길 바라고 있다.

한 주를 무사히 잘 지내거나, 너무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욕조에 물을 받아 입욕을 20분 가량 한다. 미처 보지 못했던 영상을 몰아서 보기도 하고, 바깥의 일과는 단절된 상태로 20분간 몸을 따끈하게 풀고 나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따끈한 욕조에서 물을 빼낸 다음 스펀지로 바로 문지르면, 신경쓰이던 물때나 까끌거림도 금방 없어진다는 사실. '나혼자산다'에 나왔던 배우 구성환씨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남아있는데, "바로 하면 된다."가 그것이다. 요리 하고 나서 부엌을 바로 청소하고, 욕조를 쓰고 나서 욕조를 바로 닦는 것도 그러한 멘트를 받아들인 일환이다.

청소며 게임에 하루종일 보내면서 푹 쉬었다. 식사도 샐러드로 잘 먹었고, 이제 푹 자고 일어날 준비를 해야겠다. 부지런한 나 자신을 내일은 더 좋아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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