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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68 본문
몸에 문제가 생겼다. MRI 판독 결과가 그걸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일단 약으로 조절해 보기로 했지만, 11월 말쯤 최종 판단이 나면 수술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삼십여년을 그럭저럭 건강한 신체로 버텼으니, 이제 농담조로 '유지보수'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막상 마주하고 보니 참담한 기분이 살짝 들었다. 그렇다고 너무 참담해져 있으면 의욕도 잃고 체력을 더 까먹을 것 같아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처방받은 약은 호르몬제로, 몸의 상태를 가장 확실하게 바꾸는 약이다. 사흘 째 복용중인데, 사흘째 되는 오늘까지 진통제를 하루에 네 알 이상 복용해야 했다. 겨우 사흘째 저녁인 지금은 괜찮아져서 어느정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무기력증에 먹은게 얹힌 기분에 통증에, 내가 내 몸을 무서워 할 날이 올 줄이야.
체력을 더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그리고 약의 부작용인 '체중 증가'를 겪지 않으려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이제 바지런히 운동을 해야만 한다. 최소 30분이라도 트레드밀에서 걷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적정 칼로리를 어떤 어플로 계산해 보니 1,600칼로리던데 거기서 더 줄여 나가지 않으면 삽시간에 10년 전의 몸무게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며칠째 나를 짓누르고 있다. 기록을 살펴보니 햇수로 6년째 동일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열심히 버둥거려도 목표한 몸무게로는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일은 어영부영 해 나가는 중. 몸에 이상이 생기니 일에도 바로 지장이 가 버렸다. 의욕은 샘솟질 않고, 늘 걱정하던 심드렁한 표정이 나를 다시 뒤덮어가고 있다. 웃는 낯으로 지내기가 어려운게 또 직장이긴 하지만.
긴 연휴가 다가온다. 가족들도 만날 수 있고, 그러니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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