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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66

alicekim245 2023. 9. 11. 22:16

근무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다리가 아팠다. 무릎 아래 부분이 팅팅 부은 듯한 느낌. 요가링으로 종아리 지압을 20여분 했는데도 아픈걸 보니 내일은 비가 오려나, 아니면 오늘 단걸 많이 먹었나...

20여일쯤 전에 교통사고가 났다. 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한 번, 조사를 받으러 두 번 방문했다. 이번 사고를 처리하면서 배운게 참 많다. 주변에 이런 일을 상담할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1차로 보험사와는 처리가 끝났고, 이후 경과를 기다리는 중. 이런 류의 사고를 검색하면 죄다 변호사 사무실 광고여서 쓸만한 정보는 내가 키워드를 변칙적으로 바꿔가며 찾았으니 일이 다 끝나면 정리해서 정보 공유용으로 하나 올릴까 생각만 하고 있다.
(기억력에 의존할 수 없어 메모장에 일자별로 기록해두긴 했다)

여가시간에 대체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글을 쓰는 것도 꾸준히 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한 취미다. 영어는 생각날 때 입트영(EBS)을 하고 있고, 일본어는 잠시 중단 상태. 이럴 줄 알았으면 입트영 교재도 정기구독 할 것이 아니라 때 되면 교보문고에서 ebook으로 구입할 걸 그랬다. 만화책을 어쩌다 알라딘에서 시작하는 바람에 알라딘에 눌러 앉긴 했다만.

좋아하는 만화책이 꽤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종이책-전자책 간의 발행주기 차이가 어마무시해서 애를 태우는 중. 전자책, 특히 만화책의 장점은 집 안에 쌓아두지 않아도 되니 공간이 절약된다는 점이다. 집에 실물로 두는 책은 무언가의 교재이거나, 내가 정말 좋아해서 수시로 손을 뻗는 그런 책들이다. 가령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샬롯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라던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김진규 작가님의 '달을 먹다'도, 박미정 작가님의 '낙신부'도 내 서재에 나를 그대로 따라왔다.

최근에는 '아가씨와 충견군', '타몬 군 지금 어느 쪽?' '구박하지 않는 계모와 언니들'을 모으고 있고(이 중 계모님은 종이책으로 있다..), 티빙에서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을 즐겨 보는 중. 나도 일상을 챙겨주는 유키치같은 고양이가 있다면 직장에서 빛날 수 있으려나? 그치만 주인공 만큼의 일을 소화하다간 기가 쫙 빨려나갈 것 같으므로 그저 부러워만 하기로 했다.

저녁에 폭식하는 일을 많이 줄였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서 보기 좋긴 하다. 2주간 중지했던 운동도 내일부터 다시 시작한다. 목과 허리의 통증은 조금씩 있지만 이제 병원에 시간 내서 가기도 힘들고, 그냥 보약 한 재 지어서 먹는 걸로 만족해야지. 추석이 다가오는 중이고, 뜻밖의 일들은 나름대로 썩 괜찮은 방향으로 수습을 하는 중이다. 배우는 것도 많고, 감사해야 할 일도 나날이 늘어가는 중. 그 중에 하나는, 이런 일을 겪었을 때 남을 해코지하거나 나쁘게 대할 마음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거다. 어느 순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람에게 매몰차게 대하면 그게 나한테 언젠가 돌아올 것을 아는 삼십대라니.

오늘 퇴근 후 집에 오면서, 또 '내가 어쩌다 운전까지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들어서 웃었다. 정말이지, 몇 년 전의 나는 평생 운전과 거리가 먼 삶을 살면서--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서 직장생활을 쭉 할 거란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벌써 이게 몇 번째 교통사고 처리인지, 몇 킬로미터를 운전하고 몇 번의 주유를 했는지. 알아가는게 늘어갈수록 급작스레 내 앞에 나타나는 일들을 당황하지 않고 의연히 처리해낼 수 있음을 안다. 그럴거라고 믿는다.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어른이 되려고,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어른이 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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