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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서울에서 살던 행복주택(기억에 의존) 본문
원래는 베란다로 나가는 문이어야 했는데 기술상(?)의 문제로 슬라이딩 도어로 대체.
한 사람 서 있으면 딱 저 정도 사이즈였다. 벽에 슈퍼싱글 침대 붙여놓고, 행거를 설치해 옷장으로 사용.
이전에 살던 자취방에서는 한밤중 행거가 무너져서 소스라치게 놀라 깼던 경험도 있다. 그거에 비하면 진짜 좋은 곳이지만 살다보니 원룸 구조는 진짜...삶이 피폐해지는 뭔가가 있었다.
베란다에서 봤을 때의 구조. 현관을 지나면 부엌이 바로 보였고(저걸 부엌이라고 해야할지도 좀 애매한데)
구현은 따로 하지 못했지만 현관에 신발장도 붙어있긴 했었다. 근데 아무리 때려 넣으려고 해도 저 구조 이상으로 안나와서 신발장이나 별도의 현관은 표시를 포기. 대충 저 정도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책상은 옵션으로 주어진것인데 나중엔 TV랑 컴퓨터 모니터까지 다 얹어서 사용했다. 침대에서 저 위치가 딱 TV 보기 좋은 장소이긴 했다. 바꿔 말하면, 누워서 저렇게 TV 보는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집이었다. 그야말로 잠만 자는 공간을 충실하게 현실에 구현해 놓은 장소였다. 행복주택이라고 하는데 전혀 행복하지 않았던.
실제론 욕실에 변기, 샤워부스, 세면대 다 들어가 있긴 했는데 구현이 불가능하여, 내가 하숙집에서 살았을 시절의 베란다 겸 욕실을 재현해 보았다. 실제 행복주택의 베란다 부분에는 세탁기가 들어가게 된다.
그보다 저 베란다 겸 샤워기 센세이션하지 않나? 그 때는 별 생각 없이 썼는데 진짜 돌이켜보면 저런 구조에 주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다. 베란다 겸 욕실이라는 말은, 불 켜면 아마...다 보였을거다. 불투명 유리창이라 해도. 끔찍한 구조다.
현관에 딱 들어섰을 때의 내 서울 집. 저걸 집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월세 하나는 확실하게 저렴했고 덕분에 목돈이라...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약간의 저축을 한 뒤 지방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얼마 전 후배와 통화를 하는데, 다들 서울에 붙어있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지방으로 다시 가서 그렇게 잘 붙어있는지 궁금하단 말을 들었다. 나한텐 주거의 문제가 아마도 제일 컸던 것 같다. 이런데서 몇 년을 더 버텨봐야 내 집을 살 수 있을거란, 아니면 평수를 늘려서 어딘가 갈 수 있을거란 기대가 전혀 생기질 않았다.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엔 이룰 수 있는 목표도 다 놓친 채 저 작은 공간에서 침잠해 가라앉아버릴 것만 같아서 감행한 결정이었다.
결정한다고 해서 지방에 일자리가 뿅! 하고 생기진 않았고 나름 노력은 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지금이 행복하다. 무엇보다 내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에 감사하다. 살면서 저런 경험 한 번은 해 볼 수도 있겠지만 아둥바둥 미친 물가를 견뎌가면서 서울에서 붙어있을 자신도, 이유도 이제는 없다.
그동안 경험한 주거 형태: 고시원, 하숙, 자취(원룸). 사회 초년생이 평범하게 경험할 수 있는 타지생활은 다 겪어본 듯. 서울이 본가인 사람들이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을 부러워 할 바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좋다. 노력의 결과를 손에 쥘 때 성취감이 엄청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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