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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49 본문
햇볕은 힘이 셌다. 눈 내린 길을 걷다 보면 햇살이 닿는 부분만 녹아있는 것을 보곤 했다. 따스한 기운이 스며드는 2월 말을 지나가는 중인데, 이 지역엔 2월에만 벌써 눈이 몇 번 내렸다. 치워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역시 곤욕스럽지만, 다행이도 햇살 덕에 눈이 쉬이 녹아내려 걱정은 덜었다.
스타벅스에서 무료 쿠폰을 쓰고 돌아오는 길, 누군가의 호기심 어린 손자국이 눈밭에 난 발자국 옆에 나란히 나 있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오늘의 귀여움은 이거다.
쉬는 날에는 오히려 평일보다 일찍 눈을 뜨곤 한다. 게으름에 져 아침운동을 하지 못한지 일주일이 되었더니 확실히 몸이 이래저래 지쳤다. 3월부터는 새 봄이란 느낌으로 또 새로운 결심들을 내 마음에 덧붙이겠지.
백수린 작가님의 새 에세이를 읽는 중인데, 제목이 딱 와닿는 부분을 방금 전 막 지나왔다. 슬픔에 대한 문구가 그렇게나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었던가, 싶다. 쉬는 날 게임을 할거 다 하다 보면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즐겨 보는 유튜버가 새 영상을 올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TVING의 새로운 예능도 눈에 썩 즐거운 것은 아니어서 결국 책으로 돌아온 참이다.
그렇게 읽고 있는 책 중 다른 하나가 탁현민 전 행정관의 「미스터 프레지던트」. 일전에 행사도 관여했던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작은 행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찾고, 부여하고, 실행하는 기획력이란 진짜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안나온다.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그런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완벽하게 대응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업무에 꽤 참고가 되었다.
그림 그리는 일은 역시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싶은 것은 많은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다. 역시 조금이나마 쓰는 글로 표현하는 것에 극을 바라야 하는 것일까. 그러니 책을 놓을 수 없다. 나는 읽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상상력에 의존하기엔 현실이 이미 나를 90% 이상 차지해 버린 것만 같다.
모시기 쉽지 않은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것은 어렵다. 더군다나 나는 혼자 일하는 것이 익숙한데, 먹고 살기 위해 택한 직업이 어쨌건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니 일정 부분 감내는 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정과,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성정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윗사람에 두고 있으니 눈치 보는데만 하루 기운을 다 소진해버리는 것 같다. 그냥 나대로 내버려 두면 좋을텐데. 그러면서도 집에 가면, 다른 데 가면 무척 사람 좋은 표정으로 쾌활하거나 유쾌한 사람 포지션을 맡고 있겠지?
하여, 집 안에는 직장을 끌어들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반나절 동안 가만히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는 것도, 그러다 끼니에 소홀해 지는 것도 다 지나가는 일일 것이다. 틈틈이 책을 읽어두면 더 좋고, 이렇게 하루 오후에 자리에 앉아 오늘의 생각을 새겨두는 것도 좋다. 내 일상의 소중함을,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다른 요소들로 인해 스스로 파괴할 필요는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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