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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김이나 글) 본문

Reviews/헌내기 사서의 독서기록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글)

alicekim245 2022. 12. 20. 21:01

그 유명한 책을 이제서야 도서관에서 빌려 접해보았다. 어떻게 이 책을 집어들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서가에서 818, 814.7을 들여다 보다 나도 모르게 집어들었던 것 같다. 이런 브라우징을 통한 우연적인 만남으로 좋은 책을 만나는 날엔 더없이 신이 난다.

감정에 대한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았다.

"사랑하는 마음은 나를 붕 뜨게 하기도, 한없이 추락하게 하기도 하는 역동성을 띈 반면 좋아하는 마음은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리게 해 주는 안정성이 있다."


"사랑과 행복은 비처럼 내려오는 감정들이다. 나의 의지로써가 아니라 누군가 갑자기 연 커튼 너머 햇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픈 이별로 힘들다면, 그건 상처가 아니라 차라리 별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을 잊어갈 것이다.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살아간다."

"여기서 후회는 언제나 느린 사람의 몫이다. ...아무리 잰걸음으로 달려봤자 상대는 증발한 듯이 거기 없다."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연애는, 두 우주가 만나서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우주다."

적어놓고 보니 많이도 마음 속에서 줄을 그어두었나보다. 특히 좋아한다, 사랑한다의 감정에 대해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내 마음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좋아한다는 감정 위에 사랑이란 감정을 일반적으로 놓아두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사랑이었을까. 함께 있으면 편안한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일 뿐인데 사랑이라고 착각해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그 사람이 나를 보내고, 느낀 빈자리가 '증발'한 듯이 텅 비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생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여러 챕터를 읽어나갔다. 요사이 새 책은 구매를 자제하는 편인데, 이 책은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읽으면서 내내 속에 감추어 두었던 마음을 작가가 끄집어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끔거렸다. 그리고 종내에는 편안함이 찾아왔다. 찾아드는 감정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성격도 좋지 못하지만, 어느정도는 감정이란 것들을 익숙하게 대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좋아해줘서 고마워.' 그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안다. 그래서, 얄궂은 생각이지만 그 사람이 날 죽을 듯이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나 같은 사람은 이제 그 사람 인생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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