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Joseph Ducreux
- 청소연구소
-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
- 크루세이더 킹즈3
- 티스토리챌린지
- 게임
- 동물의숲
- Alphonse Mucha
- 마스터오브이터니티
- 투포인트호스피탈
-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
- 조셉 뒤크레
- 서평
- 오블완
- 모동숲
- 씨름의 희열
- 영화
- 심즈4
- 베르메르
- 루이스 사폰
- William Turner
- 독후감
- 신비한동물사전
- 프랑스 화가
- 모여봐요 동물의숲
- 사진
- Be
- 크루세이더킹즈
-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 Today
- Total
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이나가키 에미코 글) 본문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이나가키 에미코 글, 박정임 옮김, RHK코리아 출판
피아노를 여전히 놓지 않고 있기도 하고, 신간 중에 꽤 눈에 띄어서 잡고 읽었다. 나는 일본 작가들의 글이 다소 딱딱하고 무미건조하다는 인상을 갖고 있는데, 이번 에세이는 의외로 따스한 느낌이 났다. 작가와 나이 차이는 좀 있지만 나 역시 성인이 되고 나서, 초등학생 때까지만 치고 그만두었던 피아노를 다시 연습하고 있기에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가보다.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된 계기도, 다시 치면서 겪은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공감이 갔다. 특히 손에서 힘을 빼는 부분. 여전히 왼손 파워 조절이라던가, 페달 사용이 어렵기도 하고...이사를 하고 나서는 혼자 독학을 하고 있기에 마치 글쓴이의 경험이 내 경험인 것처럼 읽을 수 있었다.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멋진 일이다. 악보를 보지 않아도 칠 수 있는 곡 한두개쯤은 갖고 있고, 잊어버리지 않으려 갈고닦고는 있지만 길가를 걸으면서, 혹은 책을 읽다가 우연히 귀에 스친 클래식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해보고 싶은 심정은 아마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지 않을까.
세상에는 여러가지 피아노 곡들이 있고, 그 중에 나한테 맞는 곡이 꼭 있다는 말은 크게 위안이 되었다. 테일즈위버의 BGM인 Reminisence나, Second Run같은 곡은 템포가 빨라 듣기 좋았고, 그래서 야심차게 도전해봤지만 금방 저 너머로 묻어버리고 말았다. 대신 쇼팽의 왈츠 한 곡이라던가(Waltz Op.69 No.1, 일명 이별의 왈츠), 30대에 배운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라던가, 그런 곡들은 여전히 나에게 남아 피아노를 보면 연주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실제로도 기회가 있으면 가서 친다. 늘 틀리는 부분만 틀리거나, 중간에 생각이 끊겨서 그만두곤 해서 그렇지).
일하는 곳 1층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있는데, 이따금 학생들이 악보도 들고오지 않은 채 엄청난 곡을 연주하고 있으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슥 들어가서 감상을 하곤 한다. 특히 페달을 적절하게 이용했을 때 작은 홀을 꽉 채우는 화음은 엄청나다. 같은 곡이어도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수십가지 빛깔로 모습을 바꾸는 피아노 연주를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참 좋은 직장이라 할 수 있겠다(?).
피아노는 어릴 때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배웠던 것이라, 그 때는 이 지루한 것 당장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지금 와서는 그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 전자 피아노를 사고, 교재를 사고, 틈이 날 때 연주하고 있다니 사람 인생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늘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고, 블루투스 이어팟으로 음악을 들으며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다, 공기를 꽉 채우는 화려한 화음을 듣게 되는 순간 걸음을 멈추지 않을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길거리에 놓인 작은 피아노 한 대로 사람들의 시선을, 귀를 사로잡고 일순간 거리를 공연장으로 바꾸는 일은 그야말로 마법!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난 후 알음알음 피아노 학원을 알아보았고, 성인이 다시 피아노를 배우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그래서 여기 와서도 계속 피아노를 치고 있다.
'나이 먹고 무슨 피아노야, 하지만 해보고 싶어!'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책.
꼭 피아노가 아니어도 좋다. 어떤 악기든, 자신이 어릴 때 동경했거나--지금 동경하고 있거나 한다면 지금이 바로 시도해보기 좋은 시기다. 모든 것이 다 자신만의 '때'가 있다고 누군가 말했었는데, 나는 여러 취미를 깔짝거려가면서 그 말을 매번 되새긴다. 기회가 된다면 해 보고 싶었던 것을, 잠깐이라도 좋으니 경험하는게 좋다고. 인생이라는 길거나 짧은 마라톤을 하면서, 시도해 보고 싶을 때 하지 않으면 후회로 남는다. 후회보다는, 잠깐 쪽팔리더라도 도전해 보는 것이 낫다. 후회를 남기기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알 수 없는게 인생이니까.
'Reviews > 헌내기 사서의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글) (0) | 2022.12.20 |
---|---|
최근 읽은 책들(2022년 11월까지) (0) | 2022.11.27 |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심혜경 글) (0) | 2022.07.18 |
아직까진 큐레이터입니다만(장서윤 글) (0) | 2022.07.09 |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0) | 2021.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