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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3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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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39

alicekim245 2022. 10. 2. 20:06

모처럼의 온전한 연휴라, 해리포터 정주행을 쭉 하는 중인데...아직 아즈카반 절반밖에 못 갔다. 이거 읽다가 도중에 한국어 번역본으로 넘어가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적응이 안되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원서로 정주행 하는 중이다. 킨들 페이퍼화이트(2013년산)가 있는 관계로 아마존에서 전자책 세트 할인을 노리고 있지만 할로윈 시즌이 다가와서나 핫딜이 뜰까, 확신은 없다. 그게 아니면 달러가 너무 오른 관계로 일단 있는 페이퍼백을 다 읽어버릴 것 같다. 킨들로 굳이 보려는 이유는, 읽는 중 자신없는 단어가 나오면 여지없이 WordWise 기능이 날 돕기 때문이었는데. 이 때문에 방금 전까지 KindleUnlimited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다가 관두고 말았다. 오늘은 뭔가 사려다가 포기하는 일이 많은 날인가보다.

원서를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단어를 모른다고 일일이 찾아보다간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그리고 흥미를 잃기 쉽다는 것이다. 비록 영어지만 소설에서 느껴지는 긴박함이라던가 흐름이 있는데, 사전으로 잠시 집중력이 분산되면 그 묘미가 사라져버린다. 영어실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 초반에는 사전도 몇 번 찾아봤는데, 그냥 모르는 단어는 모르는 대로 넘어가니 결국 아즈카반까지 겨우 왔다. 원서 7권 중 특히 5편인 불사조 기사단의 두께가 어마무시한데(1편+2편을 합친 두께) 내가 한국어 번역본으로 끝까지 제대로 읽은건 4편 불의 잔 까지이기 때문에...걱정은 좀 된다. 여튼 해리포터 세계관은 이미 다 큰 어른이 된 나에게도 여전히 흥미로운데 특히 재밌는 부분은, 어릴 때는 해리의 입장에 완전이 동화되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그 주변 어른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해리를 왜 그렇게 보았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고전이나, 오래 전에 출판된 책을 다시 읽으면 그 때와는 다른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올 때가 있는데 지금은 해리 포터를 읽으면서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중이다. 가만 보면 해리가 엇나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 주변의 환경은 굉장히 가혹했다. 애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서도 조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이 책이 완결될 무렵의 나는 해리포터의 작중 나이와 비슷했는데, 그 때 완결까지 읽지 않은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진해지기도 한다. 그 때 한번, 그리고 지금 한 번 그 책을 읽는다면, 나는 그 또래에서 느낄 수 있는 해리에 대한 감상과 삼십대가 넘어서 느낄 수 있는 동일 인물에 대한 감상을 대조할 수 있었을텐데.

어떤 해외의 팬이  JK롤링에게 이런 찬사를 건넸다고 했다.
You're my childhood.
세상 어떤 작가가 그런 찬사를 들을 수 있을까! 새삼 그녀의 상상력을 세상에 공유해 준 것이 감사하다. 물론 그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조금 입을 다물 필요가 있지만...일단 신비한 동물사전 영화의 1편은 꽤 좋아했고. 가만 보면 해리포터 실사화 영화도 1편은 특유의 반짝이는 밝은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시간이 훌쩍 자라 나이든 어른이 되어도 그 때의 반짝이는 감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다.

단편이라도 쓰고싶어 메모장에 열심히 끄적이는 중인데, 역시 장편까지는 이제 무리다. 도무지 어떤 사건이라던가 떠오르지 않아서, 번번이 모놀로그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다. 그마저도 자판을 통해 제대로 된 글로 옮기지 않으면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메모를 통해 겨우 회상하는 것만 가능해지다니. 나름 글로 생계를 꾸려볼 꿈을 꾸었던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장을 보러 몇 번 나갔는데,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은 것들이 더 많았다. 할인하지 않는 물건에는 섣불리 손이 안 가고, 할인하는 품목이어도 이게 꼭 나한테 필요한 것인지 그 앞에서 몇 번이고 더 생각을 한다. 혼자 사는 동안에는, 그래도 나를 위해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이제 오른 물가도, 줄어든 지갑도 점차 실감이 난다. 나는 혼자여도 늘 단정하고 반짝이고 싶다. 그리 하려면 정말 필요한 것에만 카드를 들어 올려야겠지만 그래도 온라인 마켓의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아도 보고, 갖고싶었던 것들을 캡쳐해서 둘러보기도 한다.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없이도 살 수 있는 것들이 머릿속에 두둥실 떠다니다가 바람에 흩어진다. 원하는걸 다 가질 수 있다면 그 또한 재미없는 삶일거라고, 겪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상상도 해 가면서.

그래도 책은 여전히 빌려볼 수 있고, 일본어도 틈틈이 공부하고 있으며, 운동도 짬을 내서 하고 있다. 현실이 내 뜻과 다르더라도,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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