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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41 본문
이 시리즈(?)를 2021년 2월에 시작했었구나. 새삼 히스토리를 읽어보니 나는 여전히 변한게 없고 천방지축에다 제멋대로인 사람인게 틀림없다.
책은 계속 읽는 중이다. 직업이 그런 것도 있고, 글을 조금씩 쓰다 보니 관심있는 분야는 확실히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보니 이것저것 잡식 취향으로 책을 읽는 것 같다. 아마 AI가 내 독서 경향을 분석한다면 이 놈은 대체 뭔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것만 같다.
가장 최근 손에 잡은 책의 목록을 나열해 보자면:
- 캐릭터 직업 사전, 디테일 사전(도시/시골 편) / 안젤라 애커만
- 런던 홍차 산책 / 송은숙
- 비전공자가 사진으로 직업을 삼는 방법 / 김진주
- 작가의 방 / 알렉스 존슨
- 심플라이프 수납법 / aki
- 영국 인테리어의 역사 / 트레버 요크
- 반려공구 / 모호연
- 오늘도 취향을 요리합니다 / 박미셸
-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 이지민
- 내가 글이 된다면 / 캐시 렌첸브링크
- 삼생삼세 침상서, 삼생삼세 보생연(1편) / 당칠
안젤라 애커만의 저 사전 책들은 아무래도 저자가 서양 문화를 기반으로 저술한 것이다 보니 낯선 느낌도 들지만 막막한 기분이 들 때 펼쳐보면 꽤 괜찮을 것 같은 책이었다. 하지만 역시 상상보다는 본인이 직접 겪거나, 하다못해 영상으로 접하고 느낀 것들이 글을 쓸 때 좀 더 세세하게 잘 묘사된다.
'비전공자가 사진으로 직업을 삼는 방법'은 최근 습작하고 있는 단편의 주인공 중 하나가 사진작가란 설정이라 읽어보았는데, 심도깊은 글은 아니어서 쉽게 읽을 순 있었다. 다만 마지막 챕터의 오타라던가 그런게 신경이 좀 쓰여서, 마감에 쫓겨 너무 검토가 부족한 채 발간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대여해서 본 책이니 망정이지 소장하라고 하면 안 할것 같다.
작법에 관련된 책도 있고, 에세이도 많고, 내가 늘 관심을 두는 19세기 영국 섭정시대의 자료도 있다. 최근에는 커피--특히 진한 에스프레소나 룽고를 마시면 속이 쓰려서 홍차로 다시 관심을 옮겼는데 그래서인지 '런던 홍차 산책'은 잡지책을 읽는 기분으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애니메이션도, 중국드라마도 열심히 보는 중이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악역영애...'뭐더라, 카타리나 클라에스가 나오는 엄청나게 긴..파멸 플래그를 회피하는 애니메이션을 가장 웃으면서 즐겁게 봤다. 보스 따님과 돌보미, 라는 작품도 정주행했고 예전에 관심이 있었던 Free!라는 수영 애니메이션도 1쿨을 겨우 봤다. 파티피플공명 이라는 아주 유쾌한 작품도 봤다. 특히 공명이 랩을 하는 장면은 '불경 읊는거 아닌가?'했는데 배틀 상대가 '그건 불경이잖아!'라고 할 때 뿜었다.
라프텔 무료 체험권으로 본 것 치고는 뽕을 뽑은 셈이다. 다만 내 인생 명작인 쁘티프리유시(꼬마공주 유시)가 없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 더빙판으로 풀어준다면 스트리밍이 아니라 구매해 소장할 의사가 충분한 명작이건만.
넷플릭스로는 장가행, 을 신나게 봤다. 중화TV에서 곡주부인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장가행 16화쯤을 봤는데, 이거 왠걸. 초반이 아리까리해서 내려놓았던 드라마 중반부가 무슨 저렇게 흥미진진하단 말인가. 그래서 44화까지 내달리다가, 주연커플은 물론 서브커플에 반해서 쭉 보고 말았다. 밤을 거의 지새운 날도 하루 있다. 연출이 미친듯이 웃긴 부분도 있긴 한데 비주얼이 워낙 받쳐주다 보니 보게 되더라. 이세민(당 태종)의 입체적인 캐릭터도 그렇고, 서브 커플이 변화하는 모습도 흥밋거리였다. 역시 평면적인 인물보다는 입체적인 인물의 서사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나도 그런 캐릭터를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까.
(결국 곡주부인은 안봤다는게 함정)
아주 오래 전부터 KT통신사를 사용해, 일명 '지니팩(미디어팩 2.0)'을 해지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TVING과 합병이 확정된 seezn이 들어가 있다. 12월부터는 TVING 라이트로 변경된다고 하니 조금 기대된다. 나는 tvN의 거의 모든 예능을 아주 즐겨보는 탓이다. 이러니 이 서비스를 해지할 수가 없다. 지니는 무제한 스트리밍에, TVING은 라이트 버전이니 그냥 나 혼자 즐길 정도는 된다. 그러다 보니 대체 스트리밍 서비스에 내가 얼마를 지출하고 있는지 위기감이 살짝 찾아왔다. 구독형 서비스가 처음 시장에 도입되었을 때 반발이 굉장히 컸는데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이미 적응해버린것일지도 모른다.
게임은 잠시 소강상태지만 유튭으로는 홍홍자몽님의 영상을 즐겨 보고 있다. 그대로 보는 것도 즐겁고, 라디오처럼 틀어놔도 심심하지가 않다. 한 때 개인 라디오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기도 한 사람 치고는 소박하게 몰락한 것만 같다.
이런저런 취미의 끝에는 결국 책, 특히 고전 작품이 있는걸 보면 신기하다. 어제 마음이 다잡히질 않아서 소장용으로 구매한 열린책들 판본의 '오만과 편견'을 펼쳤는데 방해가 도중에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갈 뻔 했다. 번역이긴 해도 고전이 주는 그 힘은 몹시 매력적이다.
폴킴의 '비'란 곡을 참 좋아하는데, 겨울에 어울리는 비슷한 곡을 우연히 들었다. 정승환의 '눈사람'이란 노래다.
내 속엔 어쩐지 그리움이 가득 차 있어서. 사람인지, 과거에 내가 했던 선택의 순간이든.
쓰기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속에 참 많이도 쌓아두었던 모양이다. 아직 더 쓰고싶은 것이 있지만 정리가 덜 된 기분이다. 집안 정리나 더 하러 가야겠다. 올해도 잘 보내고, 내년도 잘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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