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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37 본문
대부분의 물건들을 '사고싶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물건이 특별히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없어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무언가를 사려고 마음먹었을 때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절약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집 안에 뭔가 들여놓는 시점에서 집은 좁아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물론...옷이나 한정판의 경우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고객들에게 쓸려 나가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뭔가 '사고싶은' 물건이 꼭 나에게 '필요한' 물건은 아니란 이야기다.
이것은 내가 침실에 두고싶던 협탁과, 거실에서 책 읽을 때 쓸 법한 장스탠드를 포기하고 쓰는 이야기.
휴대전화는 충전기를 꽂아두고 잠들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고(물론 전자파라던가, 전자파 때문에 좀 멀리 두고 자고싶긴 하지만) 거실에서 책을 읽을 수야 있지만 소파에 자꾸 드러눕기 때문에 아예 장소를 서재로 바꾸기로 했다. 서재라면 조명도 충분히 있으니까 등을 더 구매하지 않아도 좋고.
수납장을 늘리면 그 수납장을 채울 만큼 또 무언가를 구매할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가구라던가, 수납장 종류는 사지 않으려 하지만 원칙 같은 것을 어기고 최근에 구매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철제 조립식 토스터 선반이다. 하단에는 캡슐커피 머신과 전기포트를, 상단에는 토스터기를 두니 공간이...음. 깔끔해졌다고는 못하겠지만 정돈된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깔끔해지려면 사실 서랍장 안에 다 쳐박아 놓는 것이 제일이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장바구니에 소품이나 책을 잔뜩 쌓아둔 뒤 한참을 잊어버리고 있으면 '그게 정말 필요한건가?'싶은 현명한 판단의 순간이 온다. 그럴 때 정말 옥석을 가리고 가려서 내 손에 넣은 것들은 한참을 오래 쓰게 되는 것 같다. 우연히 손에 넣은 가죽 책갈피는 햇수로 20년째 내 책 동무가 되어주고 있고, 수능 때 구입했던 검정 지우개도, 컴퓨터용 사인펜도 십년이 넘은 지금 내 곁을 지키고 있다. 일부러 의식하진 않았는데 손이 자주 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오래 둔 것들이 많다. 나이가 드니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잊어버리기도 쉽지 않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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