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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35 본문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개신교도지만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님의 착좌미사 중 나온 무척 인상깊은 첫 멘트.
입사 두번째 주 만에 사무실에 나 빼고 모두가 코로나에 감염되는 진기록을 달성(?)하고 말았다. 이쯤 되면 액땜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 예전에도 늘 사무실에서, 물 마실 때 빼고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오늘은 소독 스프레이와 함께 거의 사무실에 셀프 감금 중. 그 와중에 나는 계속 검사결과가 음성이다. 자가진단키트 결과가 이러하니, 이쯤 되면 병원에서 전문가 키트로 검사를 받아봐야 하나..싶은 생각이 든다. 사수까지 들어가버린 탓에 업무 적응을 혼자서 하는 중이지만, 물론 상급자의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전화응대만 정성껏 잘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비교적 여유가 생긴 까닭은, 지방직 사서가 아니기 때문에 휴일(토, 일요일)을 고정적으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직 사서의 경우 주 5일 근무를 위해서 주중 휴관일 1일+토/일 중에 하루, 이런 식으로 쉴 수 있었고, 주중 휴관일 빼고는 토/일 쉬는 날짜가 매번 달랐기 때문에 어디 가기도 참 애매하고 휴일 개념이 무뎌지기까지 했다. 이직 후 특히 좋았던 점은,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캡슐커피를 한 잔 내리면서 SBS의 TV동물농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공교롭게도 직장을 그만두기로 확정된 시점에서, 두 개의 길이 열렸다. A에는 면접을 봤고, B는 필기만 합격한 상태였다. 급여는 줄어들지만 나는 결국 A를 선택했다(복지포인트 1/3으로 줄어든거 보고 속으로 오열하긴 했다). 주변에서는 관운이 그렇게 트이기도 한다면서 놀라워들 했다. 솔직히 나도 신기했다. 내 인생에서 직장을 둘 중 하나 골라서 갈 수 있는 기회가, 서른 넘어서 찾아올 줄은 몰랐으니까.
첫 공직생활을 하기 위한 공부 기간 4개월, 이후 공직 생활을 하면서 다시 시험 준비를 한게 6개월이니 도합 10개월을 직장+공부 병행을 한 셈인데 역시 운이 좋았다(종교적으로 말하자면, 하나님이 인도하셨다). 내가 면접장에 출두하지 않았으므로 그 직렬은 한 명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을 터다. 얼굴은 모르지만 합격한 분들께 멀리서나마 박수를 보낸다.
이상한 방식으로 최후의 생존자가 되고 나니 기분이 묘하다. 이쯤 되면 내가 액땜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 재액을 가져온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까지 살아남고 말테다. 이렇게 되고 보니 유독 이번주에 직장 뿐만 아니라 아는 분들의 확진 소식도 많이 들렸던 것 같다. 한 번 앓고 지나가면 괜찮다고들 하지만 한 번도 안걸리고 싶다, 이쯤 되면.
직장이 바뀌면서 통근 시간이 2배로 늘어났고(편도 10분에서 20분으로), 그에 따라 일어나는 시간도 조금 앞당겨졌다. 나는 평소에 23시 이후에 자는 편이다. 일어나는 시간은 언제든 상관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서른이 넘어서 그런가--이제 새벽 4~5시에 일어나는 일은 힘들다. 물론 그 때 일어나야 한다면 못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며칠간 기존과 다르게 앞당겨진 아침을 맞이해 보니, 어차피 다른 성인들보다 일찍 잘 거라면, 아침에 6시쯤 일어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하고싶은 일들이 많아진 시점에는 그런 아침도 괜찮을 것 같았다. 캡슐커피로 내려 마시는 에스프레소도 좋지만, 작고 새카만 드립포트로 내려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여는 주중의 상쾌한 아침. 라디오를 켜거나, 음악을 틀고 책을 한두장 읽고 출근하는 그런 아침 말이다.
한글로 된 책이라면 한시간에 몇십장을 읽어낼 수 있지만 한두장이라고 굳이 표현한 이유는, 얼마 전 충동구매로 Bloomsbury 버전의 해리포터 페이퍼백 칠드런 에디션을 구매하는 만행을 저지른 탓이다. 구매하기 전 미국 Scholastic사에는 어른판이 있는 듯 하기에 대체 이게 무슨 차이인고? 하고 구글에 물었더니, 뜻밖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바깥에서 해리포터를 읽기 쪽팔린 어른들을 위한 에디션이며, 텍스트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내가 해리포터를 읽기 시작한게 초등학생 무렵이니 발매 25주년 기념 에디션 같은게 나올 지금이면 조금 민망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원서를 읽으려면 십여년쯤 전 미국에서 구매한 아마존 킨들 페이퍼화이트로(WordWise 기능이 있어서 술술 읽힌다) 읽겠지만 그냥 한 번은 원서로 해리포터를 완독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는 혼혈왕자(5편)을 중간에 읽다가 관 둔 탓에 해리포터를 끝까지 읽지 못한 것이 마음에 계속 남아있었다. 영화마저 끝이 났는데, 왜 그때쯤 해리포터를 그만두었냐고 하면, 학업이 우선이 되었다고만 할 수 있다. 솔직히 흥미를 그때 좀 잃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킨들도 너무 좋은 툴이기에 구입하기 위해 벼르고 있는 책이 있는데, iCarly 주인공이었던 Jennette McCurdy의 자서전 I'm Glad My Mom Died이다. 사라 페너의 '넬라의 비밀약방'도 읽고싶긴 한데 이건 번역본이 나왔으니 일단 보류.
일단 제목이 너무 파격적이지 않은가. 아마존 설명이나 글을 보니 읽기 꽤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언젠가 읽어두기 위해 목록에 적어두었다.
하고싶은 일이 많아졌다고 아까 쓴 것 같은데, 이렇게 원서를 읽는 일들 외에도 구몬 일본어를 하고 싶어 드릉드릉 준비 중이다. 계약 시점에 따라 오는 교재라던가 진도가 달라진다고 하기도 해서 더 알아보고 접근하려 한다. 더군다나 새 직장에서 급여명세서를 받아보고, 생활비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하는 일도 있다. 고정적인 지출이 있고, 다른 비용은 점차 줄이거나 아끼고 있지만 그래도 과하게 소비하는 일은 없어야 나중에 필요할 때 도움이 되겠지.
이번 여름엔 결국 새 블라우스를 한 장도 사지 않고 버티는 중인데, 하마터면 위기에 봉착할 뻔 했다. 비, 때문이었다. 건조기가 없는 탓에 세탁물을 건조하려면 필히 태양이 필요한데 일주일간 해를 볼 수 없었으니, 세탁물은 쌓이고 더이상 출근할 때 입을 옷은 없어지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며칠 전 겨우 구조되었다. 그래도 아직 건조기를 살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 세탁기가 통돌이기도 하고, 수건 외에는 건조기를 쓸 일이 없을것 같아서다. 아끼던 여름 바지를 건조기에서 장렬하게 전사시킨 이후로, 건조기를 쓰는 일은 이불과 수건을 다 들고 코인세탁방에 갔을 때 뿐이다.
책도 몇 권은 더 읽었다. '500일의 영국' 이라던가, '요즘 사는 맛'이라던가.
요새는 소설보다는 수필에 손이 더 많이 가는데, 소설은 중간에 끊으면 시간이 지났을 때 회고? 줄거리나 등장인물을 다시 머릿속에서 불러내는 일이 어려운 반면 요즘 수필은 분량이 길지 않기 때문에 한 편씩 가볍게 읽기 좋은 까닭이다.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기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에서 저게 다 무슨 소린가 싶겠지마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한동안 눅눅하기 그지없던 날씨가 햇님쨍쨍으로 바뀌니 기분도 살짝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하마터면 영문도 모른 채 축축해져 있을 마음도, 보송하게 말라가는 느낌. 직장이 바뀐게 역시 가장 큰 변화였다. 더불어 되찾은, 직장을 다니는 보통 사람들과 같은 휴일, 비교적 일정한 근무시간. 급여가 줄어든 것은 줄어든 대로, 내가 더 저축하고 절약하면서 살뜰하게 챙겨나가면 될 부분이다.
좀처럼 밥을 해 먹질 않았더니 쌀이 몇 달 전의 그대로여서, 결국 폐기해야 할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지퍼백에라도 넣어 둘 것을, 왜 그렇게 방치했는지 모르겠다.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이 요새 다시 차오르고 있어서 그런걸까. 얼리지 않은 닭가슴살을 사서 쓰기엔 내가 너무나 게으르기 때문에, 이마트에서 자르고 냉동한 닭가슴살을 사다 가끔씩 카레에 넣어 먹거나--그렇게 단백질을 섭취하고는 있다. 역시 저녁 퇴근 후 집 밖으로는 거의 나가질 않으므로, 차라리 저녁을 건너 뛰는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체보다도 상체에 근육이 좀처럼 붙질 않으니, 필라테스 할 때도 상체를 활용한 동작에는 남들보다 가동 범위가 적을 수 밖에 없다. 도서관 일을 하면서 손목이 크게 상한 것도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손목에 하중이 실리는 일을 피하게 된다. 그나마 나름대로의 타협점을 찾은 것이, 1kg 아령을 반복해서 들고 움직이는거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겠지만 팔에 근육이 이렇게 없어서야, 나중에 진짜 곤란한 일을 맞이할 것만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줄어들면, 짐작에서 현실이 될 것을 알기에 미리미리. 근육은 이를테면 당첨된 연금복권? 같은 느낌이랄까.
식사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 근육으로 샜는데, 그건 그거고. 물가가 오르는걸 주유할 때, 이마트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넣다가 빼기를 반복할 때 체감하고 있다. 실력은 부족해도 나는 맛에 엄격한 편이 아니므로 '직접 해 먹는게 낫다'고 주장하고는 싶지만, 1인분의 양이 평균에 못 미치기 때문에 식재료를 낭비하는게 아닐까--그런 생각도 든다. 그래도 직접 해 먹는게 역시 비용 측면에서도 절약이 된다. 영향 불균형이야--음, 영양제로 어떻게든 채워보자.
역시 먹고 안 움직이니 살이 찌는거다.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데, 양면 토스터기(와플메이커같이 생긴 그거 맞다) 사이에 페퍼잭 치즈, 살라미 또는 하몽을 넣고 5분간 구운 핫 샌드위치다. 짭쪼롬한 것이 식욕을 돋구기에 아주 좋다. 그걸 한 주간 달고 살았으니 배가 실감 날 만큼 나올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달달하거나, 짜거나, 신걸 찾는데 이 핫 샌드위치는 짠맛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짠맛 하니 생각나는 P사의 소금빵. 흔히 말하는 소금빵(시오빵) 형태가 아니라 무슨 도넛처럼 생겼는데, 처음 베어 물자 마자 머릿속에 든 생각은 '맛소금으로 반죽했나...?'였다. 소태처럼 쓰다--란 표현이 절로 튀어나왔다. 좋아하는 가게의 소금빵을 타이밍이 맞지 않아 자주 먹지 못하고 있던 찰나에 신나게 집어들어서 그랬을까, 실망이 너무 컸다. 그 이후로 소금빵은 아직 먹지 못했다. 제발 내가 그 가게에 갔을 때 소금빵이 두 개만 남아있으면 좋겠다. 두개 전부 내가 집어올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덧. 결국 이 글을 갈무리해 올린 시점에는 진짜 그 가게에 가서 소금빵을 잔뜩 집어 왔다. 수줍게 보관기한을 물었던 내게 친절하게 답변해 주신 사장님, 들숨에 재력과 건강 모두 얻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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