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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3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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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33

alicekim245 2022. 6. 23. 22:46

준비하던 시험도 치르고, 이래저래 저녁있는 삶을 제대로 만끽...하려는 중인데
생각만큼 책이 손에 잘 안잡힌다. 시험 끝나면 책도 잔뜩 읽고, 영화도 잔뜩 보고, 컬러링북도 잔뜩 채울 생각이었는데 어째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일단 TV부터 꺼야 하나.

처음 공직 입문했을 때만큼의 점수가 나올 듯 하다. 다른 결과도 기다리고 있긴 한데, 이제 와서야...진짜,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씩이나 한다. 주변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면 나는 뭘 하나. 내색하지 않으려, 꾹 눌러 담고 있지만 언젠가 중지를 날릴 그 순간을 고대하는 중이다.

그 전에 몸부터 잘 건사해야 하련마는.

지방직 근무를 해 보니, 워라밸을 따진다면 그닥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몇 개의 직장을 거쳐봤지만 그게 세상 모든 직장도 아니었고...그냥 살던 지방에 적을 두고 싶어 '내려' 왔다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 다른 법이니까. 늘 그렇지 않던가, 뜻대로 흘러가는 인생 하나 없는 법이라.

소상히 적을 수는 없지만 말 못할 일들도, 걸러 들어야 할 것들도 많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이란 이런 것일까 싶다. 이 나이 되어서 직장 옮길 생각을 할 줄은, 어릴 때는 생각도 못했는데. 내가 아직 어린애에서 벗어나지 못한걸까 세상이 이렇게 바뀌어 버린 것일까?

나는 무엇이 되고 싶어서, 무엇을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흘러들어 왔는가. 생각이 많아지는 한편, 그걸 줄여나가고 있다. 책도 조금씩은 읽어 두어야, 내 자산이 되겠지. 요새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런가 글 쓰는 것도, 말 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지금 겪는 것들, 걸러서 풀어놓아야 하는 것들, 조심스럽게 내려 놓아야만 하는 것들이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우연히 2015년도에, 사서직렬을 내려놓고 떠난다는 패기로운 내 과거 글을 읽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불킥 감이다. 진짜 부끄러워. 뭐든 포기한다고 함부러 어디 남겨놓으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배웠다. 더불어 웹 상에 흔적을 남길 때는 신중하게, 두 번 이상 생각해야지.

뒤늦게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를 읽는 중이다. 문장 하나 하나가 주는 힘이 결코 가볍지 않기에, 단어를 즐기면서 읽는 중이다. 주말 내내 여기 투자하려고 했건만, 그예 일이 생기는 바람에 아무래도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이래저래 힘든 일들이 지나가고 있다. 늘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사람 눈에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는데 끊임없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이란.

더불어 장맛비도 지나가는 중. 제발 비상소집은 없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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