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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27 본문
잠시 흥미를 잃을 때가 있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게임이든, 책이나 영상이든 그런 흥미를 모조리 잃을 때가 종종 오곤 한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겠지만, 그걸 극복하는 방도는 아직 확실히 찾지 못했다. 그저 일상을 지내면서, 억지로라도 보풀 하나를 집어내지 않으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있다.
좋아하는 캐릭터로 출시된 스티커를 온라인 장바구니에 잔뜩 담아놓기만 하다가 스르륵 지워버린다거나,
해설 영상을 보면서 '꼭 한 번 봐야지' 싶었던 영화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인트로만 틀어 보고는 옆으로 치워놓고는,
재미없다는 생각만 연신 하면서 종내는 소파에 멍하니 누워있기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이걸 하면 항상 좋았어!'라는 취미라던가 활동을 가지는게 가능은 한 걸까 싶다. 아직 오래 살지 않았나? 싶다가도 젊은 시간을 절반 넘게 보낸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모르는데. 즐겁게 살고싶다는 인생의 가치를 우선한다고 말하는 주제에 우습지 않을까.
가을이 성큼 다가온 내 주변은 겨울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나는 아직 이 시간들을 보낼 준비를 덜 한 것 같다.
벌써 퇴사한지 1년이 되었고, 새 직장에 입사한지 1년이 되었다. 전 직장에서의 에피소드들을 비교적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내가 서른 줄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함께한, 지금까지 중 가장 치열한 생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얇은 벽의 행복주택은, '청년은 이딴 비좁은 집에 살아도 그만인걸까'란 비참한 생각만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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