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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피아노, 연습 중 본문
피아노는 초등학생 때 6년간 배웠고,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1년 정도 다시 배웠다.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는 이제 악보 없이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외웠지만 아무래도 새 곡을 시작하지 않으면 모처럼 사 둔 디지털 피아노에 흥미를 잃게 될 것 같아서 여러 악보를 부던히도 시도해 보았다.
오래된 드라마인 황진이(KBS)의 배경음악 중 '꽃날' 이라던가, 유명한 영화 라라랜드의 Mia&Sebastian Theme 같은 것. 그래도 역시 클래식이 가진 힘은 대단했다. 유퀴즈를 보다가 우연히 조율사가 나오는 파트를 보았고, 음악 감독님이 이 곡을 치셨는데 뇌리에 콱--틀어박히고 말았다.
이 곡만 악보를 하나 구해다가 칠까 싶어서 유튭으로 쇼팽의 왈츠를 듣기 시작했고 결국 책 한 권을 사기에 이르고 만다. 쇼팽의 왈츠는 전반적으로 피아노가 발랄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드뷔시의 또다른 곡인 'Clair de Lune'같은 느리고 잔잔한 템포의 곡보다는 경쾌한 쪽을(랑게의 꽃노래라던가) 선호하는 내게 이 왈츠 곡집은 하나의 도전이 되었다.
일단 이틀에 걸쳐 세시간쯤 투자해 대충 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만들어 놨는데, 아르페지오로 좌아아아악 올라가는 부분의 손가락 번호가 너무 어렵다. 내 손이 커서 그런가..마지막 음까지 매끄럽게 닿지를 못해서 맹 연습 중이다.
피아노를 치면 좋은 점은(특히 디지털 피아노) 원하는 곡을 들었을 때 그걸 내가 직접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이고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생각이 안 든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잡생각이 떠오르기 좋은 밤에 피아노 앞에 앉으면 한두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는데, 멍하니 TV나 유튭을 보는 것보다는 얼마나 건설적인 일인가(생산적이진 않지만서도).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나 이상 향유하고 있는 것은 내 온전한 정신건강 유지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
이 곡을 아마 구정 때 제대로 연습하면, 아라베스크처럼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언제든지 악보를 보면 능숙하게 칠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을까. 구정 때 뭘 해둘 지 하나 둘 적어보고 있는데, 계속 늘어나니 곤란하다. 영화도 봐야 하고, 바닷가 드라이브도 가야 하는데. 이렇게 할 게 많은데 사람 생각이 난다는게 참 우습기도 하지만, 누군가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 내게 스며들기를 기다리기로 했으니까, 그 전까지는 온전히 나 자신을 즐길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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